버스전용차로는 시내버스가 출퇴근 러시아워에도 안전하게 정시 운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무용지물이 돼가고 있다. 단속의 허점을 이용해 버스전용차로로 끼어드는 ‘얌체운전’ 승용차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본보 취재팀이 지난달 25일 대구 북구 칠곡중앙대로에서 퇴근시간 1시간 동안 확인한 버스전용차로 침범 차량은 무려 897대에 달했다. 그러나 이날 하루 동안 대구지역 21개 노선 117.8㎞에 설치된 버스전용차로에서 실제 단속된 차량은 62대 뿐이었다. 또 올들어 지난 9월 말까지 대구지역 버스전용차로 통행위반 적발 건수는 7천916건으로 하루 평균 29대에 불과했다. 현실과 단속의 엄청난 괴리다.

버스전용차로의 허술한 운영이 위험과 혼란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시내버스 기사들은 “단속이 겉돌기 때문에 전용차로가 있으나 마나한 실정”이라고 말한다. 차선은 그어져 있지만 승용차가 점거해 비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에 버스가 정류장에 진입하지 못해 도로 중앙에서 위태롭게 승객을 승하차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버스가 어쩔 수 없이 일반차로로 달리다 정류소 앞에서 승용차들을 비집고 급하게 끼어들기를 해야 하는 황당한 경우도 생겨난다. 전용차로에 끼어들려는 버스와 끼워주지 않으려는 승용차 간의 기싸움도 벌어진다고 한다. 주객이 전도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다.

현행 제도는 단속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 대구시는 구간 단속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일정 거리를 두고 2대의 단속카메라가 설치돼 2곳에서 모두 적발돼야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카메라 설치 지점 간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도로 사정에 익숙한 얌체운전자들이 구간마다 잠깐씩 들어왔다 빠져나가면 단속이 되지 않는다. 주변 도로 여건이나 교통량을 감안하지 않은 곳에서는 우회전 차량이 불가피하게 길게 꼬리를 물고 전용차로를 점거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우선은 단속 카메라 설치 구간을 좁혀 일정 거리 이상 버스전용차로를 침범할 경우 단속을 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도로 한블록 전체를 점거하기도 하는 승용차의 버스전용차로 침범행렬을 줄일 수 있다.

또 현재 지정된 버스전용차로를 일제 점검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다. 주변 교통여건에 맞지 않는 곳은 과감하게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버스전용차로를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시민의식 확립이 급선무다. 대중교통의 이용 확대를 위해서는 버스전용차로의 운영이 불가피하다. 교통여건 개선과 함께 대시민 홍보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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