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인가 변장인가, 부릅떠야 보인다

발행일 2021-12-07 10:27: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박운석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TV 예능프로그램이 한번씩 의외의 정감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예인들이 농촌과 산촌에서 1박을 하면서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가끔은 이들이 풍덩한 바지와 밀짚모자에 수건을 둘러메고 논밭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아침 기상 벨을 울리면 화장하지 않은 민낯을 그대로 카메라에 노출시키기도 한다. 항상 좋은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줘야만 하는 연예인들이 정돈되지 않은 머릿결과 푸석푸석한 얼굴을 드러낸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숨기고 싶은 그들의 단점을 보면서 오히려 호감을 느낀다. 그들도 자신들의 단점을 그대로 드러낸 후부터는 아주 편안하게 프로그램을 진행시켜 가는 것 같다. 꾸미지 않은 연예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예능프로그램의 인기비결 아닐까.

연예인들의 화장은 변신일까, 변장일까.

포털사이트에서 뉴스 검색을 해보면 변신은 주로 긍정적인 의미로, 변장은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 농촌의 폐교가 변신하면 지역 주민들과 여행객들이 문화예술을 공유하는 성공사례가 되고, 문을 닫은 기차역도 문화공간으로 변신한다. 폐현수막도 재봉틀 한 번이면 장바구니로 변신하는 것이다. 물론 기업이 변신하면 혁신이 된다.

반면 변장은 의미가 다르다. 범죄자가 수사망을 피해 다니기 위해 변장을 하는 것이고, 고교생이 담배를 사기 위해 등산객으로 변장을 하기도 한다.

국어사전을 봐도 ‘변신’과 ‘변장’은 의미가 다르다. 변신(變身)은 몸의 모양이나 태도 따위를 바꾸는 것이다. 변장(變裝)은 본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하기 위해 옷차림이나 얼굴, 머리 모양 따위를 다르게 바꾸는 걸 말한다. 달리 말하면 변신은 실제로 바뀐 것이고, 변장은 남들이 보기에 바뀐 것처럼 보이도록 꾸미는 것이다. 때문에 변신은 긍정적, 변장은 부정적이다.

기업의 새로운 변화는 변신 혹은 혁신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그런 것은 아니다. 세계 최대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의 최고경영자가 최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보자. “내연기관을 단 자동차처럼 담배도 10년 내에 영국에서 전면 금지해야 한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게 하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담배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빨리 일어날수록 모든 사람들에게 더 좋은 일이다.”

놀랍다. 담배회사 CEO가 금연을 위해 영국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곰곰 따지고 보면 세계적인 담배회사의 교묘한 전략이 숨어 있다. 이들은 전자담배나 씹는 담배, 니코틴 껌 등에 대한 투자와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늘리며 마치 외형적으로는 금연보조제 회사처럼 보이려고 하는 것이다. 궐련형 담배보다 덜 해롭고, 금연에도 도움된다며 이런 제품들의 판매를 늘려나가는 것이다. 이건 변신이 아니다. 교묘한 변장이자 위장이다.

이처럼 긍정적인 변신인지, 부정적인 변장인지는 두 눈을 부릅뜨고 봐야 보인다. 지금 대선판을 봐도 마찬가지다. 대선을 90여 일 앞두고 후보들이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흑발로 염색을 하는가 하면 기존의 거침없는 발언으로 얻은 ‘사이다’, ‘강성’ 이미지를 버리고 눈물을 보이는 ‘감성’ 이미지에 집중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권 검찰총장에서 보수의 구원자로 이미 화려하게 변신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이마를 드러내는 헤어스타일로 바꾸면서 세련된 이미지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비판 여론이 많았던 ‘쩍벌’ 자세도 고치려 하고 있다. 변신을 위한 노력들이다.

그러나 거부감을 일으키는 변신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여론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억지 변신, 철학 없이 정책이나 공약을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바꾸는 극에서 극으로의 변신은 거북스럽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미지 변신이 아니다. 위기에 처했을 때 지지율 만회를 위한 잠깐 동안의 변신도 아니다.

국민들이 정말 원하는 대선 후보들의 변신은 내용물이다. 시대흐름에 맞춰 현존하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주는 것이 진정한 변신일 것이다. 이게 아니라면 국민들의 눈에는 담배회사의 꼼수처럼 변장으로 보일 뿐이다.

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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