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대구·경북 한 바퀴<35. 끝>대구·칠곡

▲ 겨울을 맞아 설산으로 변모한 팔공산.
▲ 겨울을 맞아 설산으로 변모한 팔공산.
대구 시내가 여름의 끝을 잡고 ‘대프리카’의 푸른 색을 간직할 때 팔공산은 노랗고 붉은색으로 새단장하고 가을의 시작을 알린다. 정작 도심이 겨우 울긋불긋해지면 팔공산은 설산으로 변모해 겨울이 왔음을 알린다.

팔공산은 언제나 한 발자국 앞에 서서 마치 세상에 지친 대구시민들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내듯 옷을 갈아입었다. 한 자리에서 묵묵히 시민 곁에 머물렀다.

팔공산 순환도로를 따라 드라이빙하면서 세상 근심 걱정은 날려버리자. 가을이 아니더라도 좋다. 여름에는 초록빛 파라다이스가, 겨울엔 새하얀 눈꽃 세상이 펼쳐진다.

▲ 동화사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불상인 통일약사대불.
▲ 동화사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불상인 통일약사대불.
◆팔공산 제일의 사찰, 동화사

팔공산의 사찰에서 대장 격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하다. 입구는 봉황문과 동화문 두 곳이다. 동화문이 대웅전에 가기 가깝지만, 다소 멀어도 봉황문이 계곡의 운치를 느끼며 걷기 좋다. 경내에 눈길을 끄는 것도 많다. 천왕문의 이름은 옹호문이다. 사찰을 지키는 사천왕의 직능을 강조한다는 의미다.

불교 의식 때 사용하는 범음구로, 범종, 목어, 운판이 걸린 통일범종루도 눈여겨봐야 한다. 가운데 기둥이 원통형이 아니라 사각형이고, 화려한 단청도 입혔다. 대웅전을 중건할 때 버려진 상량을 기둥으로 삼았다고 한다. 누가, 무슨 이유에서 대웅전 상량을 기둥으로 사용했는지 알 수 없으나, 덕분에 평범하지 않은 건물로 남았다.

봉서루는 동화사를 대표하는 누각이다. 네모난 돌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목조 누각을 올렸다. 대웅전에서는 가장자리 기둥이 눈길을 끈다. 굵기도 제각각이려니와 흰 나무를 다듬어 기둥으로 삼았다. 통일성이나 정돈된 멋은 없지만, 나무를 그대로 사용해 건물의 안정감과 자연미를 살렸다. 건축 재료의 자연적 특성을 이용하는 한국 목조건축의 특징을 보여준다.

▲ 해발 820m까지 단 7분에 올라갈 수 있는 팔공산 케이블카.
▲ 해발 820m까지 단 7분에 올라갈 수 있는 팔공산 케이블카.
◆팔공산 정취를 한눈에, 팔공산 케이블카

팔공산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해발 820m까지 7분 만에 닿는다. 짧은 시간이라도 봄과 여름 신록, 가을 단풍, 겨울 설경을 감상하기에 충분하다. 전망대에 오르면 팔공산 줄기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낙타봉 너머로 정상인 비로봉이 보이고, 양옆으로 앙칼진 능선이 팔을 한껏 벌린 채 위용을 드러낸다. 팔공산을 등지고 서면 대구 시내가 발아래 놓인다. 케이블카는 이용객이 적은 오전에 타는 것이 좋다. 전망대 서쪽에 조성된 러브가든은 연인을 위한 공간이다. 아름다운 사랑, 진실한 사랑, 영원한 사랑, 건강한 사랑, 행복한 사랑이라는 테마로 조성됐다. 각 터널을 지나며 사랑과 우정을 맹세하는 자물쇠를 채울 수 있다. 열쇠는 러브가든 입구에 있는 열쇠 먹는 호랑이에게 던져 넣으면 된다.

▲ 북지상사 대웅전.
▲ 북지상사 대웅전.
◆팔공산 1코스의 명소, 북지상사

팔공산 남쪽 자락의 작고 아름다운 절. 1천500여 년 전 신라 소지왕 때 창건하고, 고려 말 보조국사 지눌이 중창했다고 전해진다. 이때만 해도 팔공산 동화사를 거느린 큰절이었다는데, 지금은 동화사에 속한 작은 절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푸른 하늘 아래 화려한 단청을 인 지장전이 보인다. 건물 안에는 대들보 없이 사각 귀틀 맞춤으로 짠 우물천장이 그림 같다. 지장전 옆 삼층석탑과 산신각, 대웅전 등이 옹기종기 모였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부터 북지상사까지 구불구불 이어지는 약 1.5㎞ 숲길은 잠시 걸어도 좋다. 이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은 대구올레 팔공산 1코스 ‘북지장사 가는 길’이다.

▲ 전통 문화유산인 방짜가 전시된 대구방짜유기박물관
▲ 전통 문화유산인 방짜가 전시된 대구방짜유기박물관
◆국내 유일 방짜 전문 전시관, 대구방짜유기박물관

우리 전통 문화유산인 방짜를 보존·전승하고 그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만든 전국 유일의 방짜 전문 박물관이다. 유기는 놋쇠로 만든 그릇을 말한다.

일정한 틀에 놋쇠 물을 부어 만드는 주물 유기와 놋쇠 덩어리를 불에 달궈 두드려 만드는 방짜 유기로 나뉜다. 당연히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방짜가 더 아름답고 비싸다. 대구방짜유기박물관은 국가무형문화재 77호 유기 제작 도구, 유기의 역서와 종류, 제작 과정 등을 관람객이 이해하기 쉽게 전시한다. 수천수만 번 두드린 끝에 태어난 황금빛 방짜는 우리 선조의 지혜와 예술적 감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하 1층 영상교육실에서 방짜 홍보 동영상을 관람하고, 야외 체험장에서 방짜로 만든 징을 쳐볼 수 있다.

▲ 팔공산 미나리단지에 봄철 미나리가 가득하다.
▲ 팔공산 미나리단지에 봄철 미나리가 가득하다.
◆봄의 전령, 팔공산 친환경미나리단지

해마다 봄이면 전국의 미식가들이 팔공산 자락을 찾는다. 팔공산의 신선한 바람과 깨끗한 지하수를 먹고 자란 미나리를 맛보기 위해서다.

10℃에 이르는 일교차 덕분에 팔공산 미나리는 맛과 향이 풍부하다. 팔공산의 깨끗함과 상수도보호구역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다. 특히 미나리의 성장에 좋은 양분이 되는 미네랄이 풍부한 지하 암반수를 이용해 미나리가 실한 것이 특징이다.

팔공산친환경미나리단지 체험 농장에서는 직접 딴 미나리를 맛볼 수 있다. 삼겹살과 소금, 김치 등을 가져가면 5천 원에 불판과 버너 등 상차림을 제공한다. 한 달간만 맛볼 수 있는 봄의 별미를 꼭 놓치지 말도록 하자.

▲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전경.
▲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전경.
◆아이와 가봐야 할 안전 체험장,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는 대구소방안전본부에서 운영하는 종합 안전 체험장이다. 2003년 200명에 가까운 인명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를 계기로, 일상생활 속 사고에 대한 실질적인 체험 교육을 통해 시민 안전 의식과 재난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헤 설립됐다.

소방대원의 지시에 따라 연기 자욱한 지하철에서 탈출하고, 지진으로 흔들리는 건물 안에서 몸을 보호하며, 집에 난 불을 직접 꺼보는 체험을 한다. 등산 안전과 심폐 소생술 교육, 대구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에서 완강기를 통해 탈출하는 체험도 가능하다.

어린이와 유아도 눈높이에 맞게 재난 대비 훈련을 받을 수 있다. 야외에는 곡선 미끄럼틀과 암벽 오르기 등 어린이 놀이 시설을 갖췄다.

▲ 전통 염색 작품을 볼 수 있는 자연염색박물관.
▲ 전통 염색 작품을 볼 수 있는 자연염색박물관.
◆전통 염색 체험, 자연염색박물관

꽃과 잎, 돌과 곤충 등 천연 재료를 이용한 전통 염색 작품을 볼 수 있다. 작은 대문을 지나면 자연 염색한 옷을 입은 허수아비들이 손님을 맞는다. 자그마한 2층 기와집 박물관에서는 옛날 보자기, 장신구, 의료, 베개, 이불 같은 자연 염색 유물뿐 아니라 자연 염색을 이용한 현대 회화 작품도 전시한다.

세계공예예술실에는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 여러 나라의 자연 염색 작품이, 민속염직도구실에는 자연 염색 과정에 필요한 발효 독, 시루, 자배기, 홍두깨, 베틀 등 전통 도구가 있다. 손수건과 머플러, 티셔츠를 자연 염색하는 체험행사도 운영한다.

▲ 송림사 경내 모습.
▲ 송림사 경내 모습.
◆작지만 아름다운 사찰, 송림사

팔공산 너른 품에 안긴 도덕산 아래 자리 잡은 절. 북지장사와 마찬가지로 동화사의 말사다. 절 앞으로 제법 큰 도로가 지나서 차를 타고 쉽게 닿는다. 일주문에 들어서면 통일신라 때 만든 오층전탑(보물 189호)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화강암 기단에 벽돌로 탑신을 쌓았으며, 날렵하게 하늘로 솟은 모습이 아름답다. 1959년 해체 복원될 때 목불상과 사리장치 등이 발견됐다. 대웅전과 명부전, 요사채 등이 있는 경내는 한 바퀴 둘러보기 좋다. 절 주위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하고, 길 건너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른다.

▲ 칠곡양떼목장에 양들이 가득하다.
▲ 칠곡양떼목장에 양들이 가득하다.
◆초원에서 즐기는 하루, 칠곡양떼목장

강원도 대관령이 아닌 경북 칠곡군에 양떼목장이 문을 열었다. 한우 축사가 있는 정문을 지나 야트막한 언덕을 넘으면 탁 트인 초원에 양 떼 뛰노는 모습이 대관령 못지않다. 울타리에 다가서면 어느새 양이 모여든다. 입장료에 포함된 건초를 주거나 주위의 풀을 뜯어줘도 잘 먹는다. 목장 따라 조성된 산책로에 오르면 멀리 황학산과 백운산, 매봉산이 병풍처럼 둘러섰다. 전망 포인트마다 자리 잡은 벤치에 앉아 초원 위의 양 떼가 풀 뜯는 모습을 보면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도 좋을 듯하다. 조금 심심해지면 트랙터가 끄는 마차를 타고 목장을 둘러보거나, 천연 양모를 이용한 양 인형 만들기체험을 해보자. 출출하면 목장 안의 식당에서 양꼬치와 양갈비를 맛볼 수도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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