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기행 145(끝) 경순왕 김부

발행일 2021-12-27 09:42: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경순왕 백성들의 평안을 위해 고려에 항복하며 1천 년 신라 막내려

통일신라가 고려에 합병되면서 멸망하고 1천 년 역사를 자랑하던 월성은 무너졌다. 대신 경주읍성이 월성의 북쪽에 새로운 경주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최근 복원된 경주읍성의 동문.


삼국유사는 일연선사가 민족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신라와 백제, 고구려의 역사를 불교적 입장에서 기록한 자랑스런 역사인문학 서적이다.

고조선과 위만조선, 마한과 낙랑국 등의 한반도가 생성되기 시작한 역사를 거슬러 소개하고, 부여, 고구려, 변한과 백제에 이어 진한과 신라의 국가 성립 과정도 기록하고 있다.

신라 왕조사에 대한 줄거리에 이어 삼국에 불교가 전해지는 이야기, 흥륜사 금당십성과 가섭불연좌석 등의 탑상편, 원광법사와 양지스님 등 고승들의 이야기, 신통한 승려들의 술법과 같은 이야기, 선행 등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문화를 소개했다.

2019년 1월부터 3년간 삼국유사에서 소개하는 이야기 현장을 답사하고, 새로운 이야기로 꾸며 소개하는 삼국유사 기행 연재를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 이야기를 끝으로 마무리 한다.

삼국유사 기행은 삼국유사에 드러난 내용을 기반으로 스토리텔링 해 이를 대구일보에 연재하고, 책으로 편찬 홍보하는 등으로 많은 역사 문화를 다양한 시각에서 즐길 수 있는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진행한 프로젝트이다.

신라 1천 년의 사직을 고려에 헌납하며 마감한 신라 최후의 경순왕의 릉. 서라벌을 떠나 개경에서 죽음을 맞아 서라벌로 향하던 운구행렬이 경기도 연천에 멈추고 장례를 지내야 했다.


◆경순왕

통일신라, 후백제, 후고구려 후삼국의 전투력은 견훤이 이끄는 후백제가 단연 우세했다.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를 제압하고 고려를 세운 왕건의 세력도 견훤의 힘을 꺾을 수는 없었다.

견훤이 고려와 힘겨루기를 하면서 급격하게 동남쪽으로 말머리를 돌려 이미 기울어진 신라의 심장을 집어삼켰다. 경애왕을 무릎 꿇리고 결국 자진하게 한 견훤은 김부를 신라의 왕으로 앉히고 고려와의 전쟁에 집중하는 모드로 전환했다.

그러나 견훤의 승승장구하던 싸움은 엉뚱한 곳에서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

견훤의 아들들이 후계구도를 두고 경쟁하면서 후백제와 고려의 팽팽한 싸움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견훤의 아들 신검과 용검, 양검 삼형제는 지혜로우면서 용맹스러워 후계자로 유력했던 넷째 아들 금강을 제거하고, 그들의 아비 견훤을 금산사에 유폐시켰다.

급기야 견훤이 도망해 고려 왕건에게 항복하면서 후백제를 칠 것을 제안했다. 후백제는 그로부터 왕건에게 무너지고 명맥만 유지하고 있던 신라 경순왕은 최후의 선택을 두고 고민하게 됐다.

신라 최고의 영토를 확장하며 통일신라 기초를 마련했던 진흥왕이 건설한 황룡사에 남은 황룡사구층목탑의 심초석.


경순왕은 즉위 9년차에 접어든 935년 태자를 비롯해 중요 대신들을 어전으로 불러 회의를 열었다. “짐이 부덕해 백성들의 삶은 곤궁하고, 외세의 압력을 스스로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며 “포악한 견훤보다 아량이 넓은 고려 왕건에게 항복하는 것이 어떠하오”라며 항복의 의사를 물었다.

대신들이 우왕좌왕하며 술렁거리는 사이 태자가 떨치고 일어나 외쳤다. “아버님 우리 신라는 삼국을 통일하며 1천 년이라는 유구한 세월을 이어온 반도의 왕국입니다. 싸움 한 번 해보지도 않고 국호를 버릴 수는 없습니다”며 항복을 절대 반대했다.

고개를 숙이고 한동안 침묵하던 경순왕은 “우리는 전쟁으로 백성들을 지켜왔다. 전쟁을 일으켜 또 백성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는 없다. 나라보다 백성이 먼저다. 백성은 어느 나라이든 편안하면 되는 것이다”고 말하며 항복을 결정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결사항전을 외치던 태자는 마의를 입고 금강산으로 들어가 다시는 세상으로 나오지 않았고, 신라는 천년의 사직을 내리고 고려에 합병됐다.

후백제 견훤이 아들들에게 유폐됐던 금산사의 미륵전.


◆삼국유사 기행 3년

삼국유사 기행은 경주지역은 물론 경북도내 각처에 널려 있는 역사문화 흔적이 가득한 삼국유사 이야기 현장을 답사하고, 새로운 시각의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홍보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육성하고자 추진했다.

가장 먼저 삼국유사와 관련된 자료를 업데이트 하면서 정보를 교류하고, 함께 역사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카페를 개설 운영해왔다. 삼국유사 카페에는 삼국유사 기행 현장을 사진물과 함께 다양한 내용으로 소개하고, 대구일보에 매주 1회씩 기획특집으로 연재한 내용을 올려 공유했다.

또 함께 삼국유사 이야기 현장을 답사할 기행단을 꾸려 2019년 2월부터 문화해설사를 초빙해 매월 1회씩 기행을 진행했다.

기행에 대한 내용을 대구일보에 소개하고, 또 매주 1회씩 삼국유사 이야기를 재해석해 기획특집으로 보도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모두 145회에 걸쳐 삼국의 역사문화를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하고 역사를 스토리텔링해 흥미있는 이야기로 재구성 소개했다.

또 더 많은 사람이 삼국유사 이야기가 담긴 역사문화 현장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육성하고자 스토리텔링 공모전을 전개해 시상식을 열기도 했다.

통일신라 최고의 전성기를 자랑하는 복원된 불국사 대웅전 모습.


삼국유사 기행은 2019년 1월에 기행단을 구성해 2월에 육부전, 오릉, 나정, 창림사지 등을 둘러보는 첫 기행을 시작했다. 3월에 토함산 정상에서 삼국유사기행단 발대식을 가지고 안전한 답사를 기원하는 시산제를 올렸다.

이어 2019년에는 매월 기행을 전개해 울산의 처용암과 망해사, 경기도 연천의 경순왕릉까지 11회에 걸쳐 답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2020년과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기행 참가인원을 20~30명으로 제한하고 9회와 7회로 줄여 운영했다.

삼국유사기행단의 기행은 취재진의 매주 기행을 제외하고도 3년간 27회 진행하면서 연인원 8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된다.

삼국유사 기행에 이어 삼국유사의 138꼭지에 이르는 이야기를 분석하고, 재해석해 대구일보에 3년간 주 1회씩 총 145회의 기획특집을 연재했다.

삼국유사 이야기 현장을 찾아가 스토리텔링 하는 삼국유사기행단이 지난 4월 서남산 비파곡 삼층석탑을 탐방하며 기념 촬영하는 장면.


연재한 내용을 간추려 ‘새로쓰는 삼국유사’라는 제목으로 4권의 책을 출판했다. 책은 전국의 국공립도서관에 배부하고, 경주지역의 문인들을 비롯한 각 지역의 문인들, 사회단체, 기업체 등에 배부해 삼국유사에 소개된 문화유적을 우리의 문화자산으로 여겨 산업화 하는 일에 기여하고 있다.

2019년에는 삼국유사 문화콘텐츠 육성을 위한 세미나를 열어 지역에서 역사문화에 대해 연구하는 전문가들과 관심을 가진 50여 명을 초청해 역사문화의 산업자원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삼국유사 스토리텔링 공모전을 개최해 역사문화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한편 다양한 문화콘텐츠 육성을 위한 기본적인 이야기거리를 만드는 작업을 전개했다. 2회에 걸쳐 접수된 100여 편의 작품 가운데 매년 14편씩 우수작을 선정해 시상했다.

삼국유사를 토대로 대구일보에 연재하고, 이를 포털사이트와 연동해 영구적인 자료로 홍보하는 한편 책으로 발간해 전국의 국공립도서관에 배부해 경주와 경북의 역사문화를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와 삼국유사 기행에 참여했던 탐방객들의 입을 통해 삼국유사 이야기는 드라마, 영화, 뮤지컬, 에니메이션, 만화, 소설, 시집, 오페라 등의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활성화 되면서 지역의 문화관광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1년 12월4일 더케이경주호텔에서 열린 삼국유사 스토리텔링 공모전 시상식과 삼국유사기행단 해단식에 참석한 기행단과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국유사 기행을 마치면서

2019년 1월부터 삼국유사를 읽고, 현장을 찾아가는 기행을 시작하면서 일연선사의 의도를 조금씩 짐작하기도 하고, 우리 주변에 널린 역사문화 유적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 우리의 역사문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에도 기행단을 운영하면서 매번 놀랐다. 코로나19 때문에 참석인원을 25명, 30명 등으로 제한해 모집할 때면 10분이 지나지 않아 신청이 쇄도해 몇 분 만에 신청이 마감되기도 했다.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해온 기행을 마무리하면서 적극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참가해 주셨던 유정숙 해설사, 손은조 해설사, 이상애 회장님 등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기행을 할 때마다 코스를 고민하면서 기꺼이 해설을 맡아 주신 김구석 경주남산연구소 소장님, 신청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나서 길 안내를 도맡아 주신 장근희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또 기행에 위트와 특유의 매너로 분위기를 연출하고 동영상을 만들어 공유해 주신 정인수 선생님, 남산 꼭대기까지도 드론을 들고 와 다양한 영상자료를 만들어 주신 전인섭 선생님, 카페 운영과 기행준비를 도맡아 주신 이원주 대표님 등 많은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

삼국유사 기행에서 2019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3년간 대구일보에 연재한 내용들을 묶어서 편찬한 4권의 ‘새로쓰는 삼국유사’ 표지.


또 삼국유사 기행을 진행할 수 있게 기획에 동의하고 예산 지원은 물론 기행에도 참여하며 적극 나서주신 박차양 경북도의원, 한순희 경주문인협회장, 강인구 문화예술과장, 이동협 경주시의회 문화예술위원장을 비롯한 많은 시의원에게도 감사드린다.

올해 삼국유사 기행을 마치고 내년부터 ‘신라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신라시대 왕과 승려, 학자, 화랑 등의 유명인물을 찾아 소개하며 역사문화를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육성하는 사업을 이어갈 것을 밝히며 앞으로도 애정을 갖고 지속적인 참여를 해 줄 것을 당부 드린다.

*삼국유사 기행의 내용은 문화콘텐츠 육성을 위해 픽션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역사적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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