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마음의 감기’? …방치하면 매우 위험

발행일 2022-01-04 11:36:4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정범 교수.


세계에서 판매되는 약 순위에서 우울증 치료제가 10위 안에 들 정도로 ‘우울증’은 매우 흔한 병이다.

그래서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도 부른다.

누구나 한 번쯤 감기를 앓듯이 우울증에 빠진다는 것이다.

100명 가운데 15명가량은 일생에 한 번은 우울증에 걸리지만, 초기에 잘 대처하면 감기처럼 치료하기 쉽다.

하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거나, 발견하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아 악화시키는 사람이 많아 우울증 환자의 15% 가량이 자살을 시도한다는 통계가 있다.

진료실을 찾은 어느 청년은 고개를 떨군 채 ‘직장을 구하려고 원서를 이곳저곳 넣어도 번번이 떨어지고 정말 앞길이 막막하고…’라고 하소연하며, 얼마 전 위암으로 남편을 떠나보낸 할머니는 ‘술주정도 많이 하고 그렇게 애도 먹었지만 그때가 재미가 있었는데…’ 라며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이처럼 우울증은 상실과 좌절을 경험한 사람이 겪는 ‘심리적 후유증’이다. 매사에 흥미가 없어지고 무기력해지며, 사는 낙이 없어지면서 삶의 의미를 상실한다. 이로 인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지 못해 일부이지만 극단적으로는 자살로 이어진다. 국내에서는 우울증을 질병으로 보지 않고 개인이 나약하거나 의지가 부족해서 생긴다고 오해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울증이 발병하는 주요 원인으로 생물학적으로 볼 때 정서와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 분비 이상 등이 꼽힌다. 또 실직이나 이혼, 사별 등과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도 중요한 원인이다.

◆심한 우울감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 의심

흔히 사업과 입시의 실패,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신체적인 질병, 경제적 어려움이나 실직 상태 등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기간이 2주를 넘지 않거나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그다지 지장이 없다면 누구나 흔히 느낄 수 있는 정상적인 우울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심한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고 가정이나 직장, 학교에서 생활하는데 상당한 지장을 받는다면 우울증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우울증의 핵심증상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우울한 기분과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이다.

문제는 상당수 환자는 이러한 증상보다는 소화불량, 두통, 과호흡, 흉부의 압박감 혹은 불편감, 피로 등 여러 종류의 신체증상을 먼저 호소해 정신과보다는 내과나 가정의학과 등을 찾아가 여러 가지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신경성’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증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직장에서 건강상태의 악화, 근로시간 감소, 작업성과의 제한 등으로 더 많은 의료기관을 이용한다.

삶의 질이 저하돼 사회경제적 부담을 크게 주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다행히도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 환자의 기능이 향상돼 기능장애로 인한 비용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우울증을 앓은 이들에게 가장 심각한 경우가 자살 시도다. 자살자의 80%는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던 환자이며, 우울증 환자의 15%가 자살할 정도로 우울증과 자살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자살 충동을 느끼는 당사자는 물론 주변 사람이 이러한 위기 사항을 제대로 감지해 차단한다면 자살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우울증을 사회현상이라고 한다.

◆치료로 회복 가능

신체적 질환에서도 우울증이 흔히 동반된다.

우울증을 동반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암, 허혈성 심장질환, 뇌졸중, 당뇨병, AIDS, 파킨스병, 알츠하이머병, 만성신부전 등이다.

우울증이 있으면 질환을 방치하게 돼 병을 악화시키기도 하고, 다른 질환을 유발하거나 동반된 질환의 예후를 나쁘게 한다.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이 있으면 심근경색증, 뇌졸중, 당뇨병이 걸릴 위험이 1.5~2배 높으며, 우울증과 연된 경우 전반적인 사망률이 약 1.7배 높다고 한다.

또 우울증이 기존에 있는 신체적 질환을 현저히 악화시킨다.

당뇨병에서는 2.3배, 울혈성 심장병에서는 8배 사망률을 높이고,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경우 우울증이 있으면 2년 후 사망률이 2.6배 높다고 한다.

신체질환에 우울증이 동반되면, 평균 의료비용이 158%, 평균진료과목수가 115%, 평균병원방문횟수가 125%, 평균진료일수가 129%로 많아진다.

환자의 고통 및 사회 경제적 비용이 증대한다.

뿐만 아니라 부모의 우울증은 자녀들의 정서적 상태에 나쁜 영향을 준다.

한 연구에 의하면 우울한 어머니의 자녀들에서 심각한 정서적 문제가 생길 위험이 3배나 더 높고, 어머니와 자녀 간의 관계가 좋지 않을 위험이 10배나 크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와 같이 스치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우리 생활의 여러 측면에 심각한 지장을 줘서 자살을 초래하고, 사회 경제적 부담을 주며 신체질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다행히도 오늘날 우울증에 대한 약물치료 등 최신 치료법이 개발된 덕분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 치료 효과가 좋아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서 만족스럽게 생활할 수 있다.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정범 교수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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