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을 가다<102>덕유당

발행일 2022-01-12 13:35:4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너무 맛있어 사랑과 미움을 함께 받은 K-쿠키 ‘한과’

지역 쌀과 어머니의 손맛으로 만드는 한과의 참맛

맛의 끝판 왕, 대체불가 코리안 디저트 한과

시골 맛 품은 덕유당 한과

한과로 전통식품명인에 도전장



양미순 대표가 한옥으로 건축한 체험장 앞에서 방금 만들어 낸 한과를 보여 주고 있다.


유과와 유밀과, 강정, 다식까지를 통틀어 한과라고 한다.

깊은 맛과 자연스러운 단맛을 가진 덕분에 ‘맛의 끝판왕’, ‘대체불가 코리안 디저트’라고 부리는 전통 과자이다.

삼국유사에도 기록됐을 만큼 긴 역사를 가졌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와 함께 하면서 사랑도 받고 미움도 받았다. 사랑도 맛, 미움도 맛이라고 했다.

한과의 주원료는 쌀이다.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에 식량인 쌀로 과자를 만든다는 것은 사치였다.

그렇다 보니 왕실과 살림이 넉넉한 양반들이나 먹을 수 있었다.

백성들은 잔칫날에나 겨우 맛볼 수 있었다.

흉년이 들면 조정에서는 가장 먼저 한과 금지령을 내렸다.

식량인 쌀이 사치품인 과자로 소비되는 것을 막아 민심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금주령과 같은 맥락이었다.

‘고려사’에는 의종과 명종, 공민왕 때 한과 금지령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에도 태조에서부터 세종, 세조, 연산군, 중종, 명종, 숙종, 영조, 정조 때까지 숱하게 금지령이 내려졌다.

흥선대원군은 헌수(회갑 등 잔치에서 술잔을 올리고 장수를 기원하는 의식), 혼인, 제향 이외에는 한과 사용을 금지하고 어기는 사람은 곤장 100대를 치도록 대전회통에 규정했다.

한과의 죄는 오직 ‘맛이 좋다’는 것이었다.

녹색혁명으로 쌀을 자급한 후부터는 식량 확보를 이유로 한과를 탓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맛있는 한과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됐지만 이제는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과자에 밀려 또다시 제자리를 지키기가 어려운 처지가 됐다.

이처럼 맛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한과를 알리고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강소농이 있다. 경북 예천에서 한과를 만들고, ‘사계절 음식체험’과 ‘푸드 코디네이터 한식디저트’ 교육을 통한 6차 산업을 실천하는 덕유당의 양미순(57) 대표를 만났다.

양미순 대표가 방금 튀겨낸 한과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농민운동가 부부의 귀농

양 대표는 대학에서 임상화학을 공부하고 대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1990년 귀농했다.

대학시절 함께 농민운동을 했던 남편과 ‘농촌을 살리자’는데 뜻을 같이 한 것이다.

양쪽 집안에서 난리가 났다.

친정에서는 대기업에 다니던 딸이 귀농을 한다고 하자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시댁도 마찬가지였다.

9남매의 맏아들을 서울로 유학을 보낸 것은 좀 더 좋은 직장을 얻고 좀 더 편한 생활을 하라는 것이 부모님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특히 시어머니는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부부는 ‘다함께 잘 사는 농촌을 만들어 보겠다’며 양가를 설득했다.

귀농 후 한우 6두를 구입해 한우 사육을 시작했다. 한우 사육은 순조로웠다. 사육 두수도 계속 늘어나고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다.

양 대표는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일을 찾다가 ‘농촌여성 일자리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부터 한과를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일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구제역 파동으로 남편은 한우 200두를 살처분 하는 아픔도 겪었다. 그때 받은 살처분 보상금으로 한옥을 건축하고, 한과를 만들면서 체험교실을 운영했다.

양 대표는 한과와 체험을 통해 연간 1억5천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남편은 한우를 사육하고, 저는 한과를 만들면서 작지만 농촌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며 “우리 부부가 농촌에서 실천하고 있는 작지만 보람 있는 농민운동의 일부”라고 양 대표는 말한다.

완성된 덕유당의 덧재한과.
◆한과에 빠지다

“처음 한과를 시작할 때는 예쁜 한복을 입고, 손가락에 은가락지를 끼고 하는 우아한 일인 줄 알았다”며 양 대표는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단다.

한복이 아니라 위생복을 입고, 은가락지가 아니라 위생장갑을 끼고 살았다.

하루 종일 찹쌀가루 반죽을 하고 뜨거운 기름과 씨름을 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제대로 된 한과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기술도 없고 경험도 없이 좋은 한과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었다.

한과를 잘 만든다는 집안 할머니들을 찾아가 전통기술을 배웠으나 한계가 있었다.

솜씨도 좋고 손맛도 좋았지만 이론적인 지식을 갖추지는 못했다. 그렇다 보니 한 가지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데 애를 먹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해결이 됐다.

고민 끝에 농촌진흥청을 통해 한과에 대한 전문교육을 받았다. 이론과 실기를 겸한 교육이었다. 선진 농가의 현장기술도 벤치마킹했다.

집안 어르신의 솜씨와 농촌진흥청의 과학적인 이론과 기술, 선진농가의 현장 기술이 융합되고 양 대표의 열정도 보태지면서 제대로 된 한과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 찹쌀 3가마가 연습용으로 쓰였다.

반죽을 하고, 반대기를 만들고 기름에 튀기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명품 한과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좀 더 좋은 한과를 위한 양 대표의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상품으로 출시하는 덕유당의 덧재한과.
◆복잡한 한과 제조 과정

‘대체불가 코리안 디저트’라는 한과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덕유당의 ‘덧재한과’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살펴봤다.

한과의 주재료는 찹쌀이다. 첫 단계는 발효다. 찹쌀을 물에 완전히 담그고 발효를 시킨다. 발효 기간은 여름은 15일, 겨울철에는 20일 정도다.

공기와의 접촉이 차단된 상태에서 발효가 되면 표면에 산막효모가 생성된다. 발효된 찹쌀가루에 콩가루를 섞고 막걸리 반죽을 한다.

수증기로 한 시간 동안 찌고 펀칭을 하는 것이 반죽의 과정이다.

예전에는 절구에서 찧었으나 현재는 펀칭기를 이용한다. 얇게 편 반죽은 따뜻한 방바닥에서 건조시키고, 용도에 맞게 절단해서 반대기를 만든다.

반대기를 기름에 튀긴 후 조청을 바르고 튀밥가루를 고명으로 묻히면 완성된다. 한과를 만들려면 뜨거운 기름에 2단계에 걸쳐 튀기기 때문에 항상 화상의 위험에 노출된다.

특히 넓적한 모양의 ‘산자’는 끓는 기름 속에서 부풀어지면 일일이 주걱으로 눌러가면서 펴기 때문에 화상을 입는 일이 허다하다.

하지만 맛을 위해서는 그 정도의 위험은 감수한다. 주걱으로 펴주지 않으면 오므라들어 상품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혼례식에서 한과를 올리는 것은 한과가 크게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살림살이가 늘어나 부자가 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지만 한과는 예외다. 많이 부풀어 질수록 좋은 것이 한과다.

유탕처리 한 반제품과 완성된 한과.
◆사계절 음식체험과 한식 디저트 교육

한과를 시작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항상 가슴 한 편에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 공장에서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먹거리에 밀려 점점 잊혀 가는 한과를 널리 알리겠다는 다짐이 퇴색되지 않았나는 생각도 들었단다.

이런 아쉬움에 ‘사계절 음식체험’과 ‘푸드 코디네이터 한식디저트’ 교육을 시작했다. 사계절 음식체험은 계절마다 산과 들에서 나오는 자연 식재료를 활용해 아름다운 우리 음식문화를 알리기 위한 체험이다. 봄에는 진달래 화전을 만들고 ‘송화밀수’를 체험한다. 송화밀수는 송화가루 다식을 꿀물에 탄 것으로 솔 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여름에는 백련차와 다식, 증편체험을 하고 가을에는 무와 당근 및 도라지정과 체험을 한다. 겨울에는 한과와 약과 체험을 한다. 계절별로 재료와 주제가 다르고 계절의 특성을 살린 체험이다. 음식체험은 매주 1회 실시하고 연간 800여 명이 참여한다.

푸드 코디네이터 한식 디저트교육은 전문가 과정이다. 주부들과 카페 창업희망자, 6차 산업 농가가 대상이다.

매회 3~5명의 소수 교육생을 대상으로 하는 도제식 교육이다. 이론과 실기를 겸한 5주 과정으로 집중교육을 실시한다. 교육 과정에는 교육생의 농장이나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상황에 맞는 교육도 한다. 현장여건을 감안한 맞춤형 교육으로 성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찹쌀을 물속에서 발효시키는 과정에 만들어진 산막효모. 여름에는 15일, 겨울에는 20일 정도 물속에서 발효를 시킨 후 막걸리 반죽을 한다.
◆전통식품명인에 도전

양 대표는 전통식품명인의 자리에 오르는 꿈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명인이 되는 길은 쉽지 않다. 해당 분야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갖추고 전통의 방법을 원형대로 유지하면서 본인이 실현할 수 있어야 명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그는 “전국에 80명의 명인이 있지만, 떡과 한과류 분야의 명인은 9명뿐이다”며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한과에 대한 노하우를 자녀들이 승계한다면 보다 좋은 한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양 대표는 “지난해 남편의 한우 사육을 돕기 위해 아들이 귀농을 했다”며 “아들이 결혼을 하면 며느리와 함께 전통 한과를 만드는 기분 좋은 상상도 한다”는 희망을 전했다.

물론 본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강요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양 대표의 큰 꿈이 이뤄지고 대를 이어 전통 한과를 만드는 전통식품의 명가로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농장명: 덕유당(덧재한과)

▲대 표: 양미순

▲구입문의: 054-653-8535

▲홈페이지: https://soon9391.modoo.at/

▲소재지: 경북 예천군 지보면 소화2길 105-10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민간전문위원)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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