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미래 5+1기업 탐방<2>씨아이에스

▲ 대구 동구 봉무동에 위치한 씨아이에스 본사 전경.
▲ 대구 동구 봉무동에 위치한 씨아이에스 본사 전경.
최근 주식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글로벌 2차 전지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주문에서 1경 원을 넘어서는 등 역대급 흥행을 기록 중이다. 흥행 요인은 전기차 시장의 고속 성장세로 인한 2차 전지 수요 급증이다. 달라진 2차 전지 시장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련주로 묶여 주식시장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지역기업이 있다. 2차 전지 시장의 숨겨진 강자 씨아이에스다.

씨아이에스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기업은 아니다. 2차 전지 관련 제조설비 등을 제작, 기업에 판매하는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 종사자나 ‘개미’들은 씨아이에스의 진가를 익히 알고 있다. 연 20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2차 전지 시장에서 소위 알만한 기업들은 이미 씨아이에스의 고객이거나 잠재 고객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2차 전지 업계의 선구자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씨아이에스를 알아보자.

▲ 대구 동구 율암동에 있는 씨아이에스 제2공장 전경.
▲ 대구 동구 율암동에 있는 씨아이에스 제2공장 전경.
◆2차 전지 기업=씨아이에스 고객

씨아이에스는 2002년 9월 2차 전지 산업의 핵심 제조공정인 전극제조를 위한 자동화 설비의 설계 제작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코터(Coater), 칼렌더(Calender), 슬리터(Slitter), 테이프 라미네이터(Tape Laminator)와 같은 장비들의 개발과 판매를 주사업분야로 하고 있다.

국내 대표 셀 제조기업들과 양산용 국산화 장비 사업화를 시작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현재 전극제조 설비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우뚝 섰다.

특히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매출 상위 기업은 곧 씨아이에스 고객이라는 논리가 성립할 정도다.

씨아이에스는 20년간 쌓아온 장비 개발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인 고 에너지밀도 리튬 2차전지의 상품화를 촉진할 수 있는 건식 전극 제조설비 사업화를 준비 중이다.

안전성이 높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 전지의 핵심소재인 고체 전해질, 전극 부품과 이들의 사업화를 위한 제조설비에 대한 연구개발도 수행하고 있다.

▲ 씨아이에스 공장에서 코터(Coater)가 양산되고 있는 모습.
▲ 씨아이에스 공장에서 코터(Coater)가 양산되고 있는 모습.
◆씨아이에스 ‘독보적’ 기술을 공개합니다

코팅은 리튬 2차 전지 전극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이다.

알루미늄(Al) 또는 구리(Cu) 전류 집전체에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 용제로 구성된 슬러리를 일정한 두께(밀도)로 코팅 후 건조해 전극을 제조하는 공정을 말한다.

씨아이에스의 코팅 장비는 기존 열풍 방식 건조 방식에서 탈피, 과열증기를 이용한 건조 기술과 열량을 조정 분사하는 음압 노즐이 적용됐다.

기존 방식보다 건조성능을 20% 이상 증가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광폭(1천400㎜) 코팅이 가능해 생산성을 극대화했다. 코팅 두께 편차를 최소화하고, 피딩 시스템 등 신기술도 도입돼 높은 균일도를 가진 전극을 제작할 수 있다.

칼렌더링(Calendering)은 코팅 완료된 전극의 단위면적당 밀도를 높이기 위해 회전하는 롤러에 압력을 가하는 공정이다. 전극제조 공정 중 가장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씨아이에스에서 개발한 칼렌더링 장비의 특징은 냉간·열간 압연을 범용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초고밀도 전극화를 위한 고선압 인가 기술, 1.5㎛ 이내 동심도를 보증할 수 있는 제어 기술, 그리고 압연 두께를 1㎛ 단위로 자동 조정하는 특화기술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높은 균일성을 갖는 고용량 전극을 제작할 수 있다.

라미네이터(Laminator)는 이원통형 전지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다. 간헐적으로 코팅된 전극의 시작 선단 및 끝 선단에 테이프를 붙여준다. 국내 유일 원천 기술로 전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시장 보급률을 자랑한다.

슬리팅(Slitting)은 롤 상태로 감겨 있는 전극을 설정한 폭으로 절단한 후 이송되는 전극의 표면에 발생한 불량을 검출하면서 되감는 공정을 뜻한다. 전극제조의 마지막 공정에 해당한다.

▲ 씨아이에스에서 제작한 양산 프레스.
▲ 씨아이에스에서 제작한 양산 프레스.
◆미래 먹거리 ‘전고체 전지’ 시장 뛰어들다

높은 에너지밀도와 안정성으로 미래 전기차 및 ESS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고체 전지는 이런 시장의 핵심적 요구사항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유력한 배터리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화성 액체전해액이 사용되지 않아 외부 충격이나 셀의 결함에 따른 폭발의 위험성이 원천적으로 제거됐기 때문이다.

씨아이에스도 이 같은 시장의 상황에 주목해 전고체 전지 기술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토요타, 폭스바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의 전기자동차 시제품 개발을 시작으로 전고체 전지 소재 및 공정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유망한 상업화 소재 후보다.

이온 간 낮은 결합력으로 이온의 움직임이 자유로우며, 이송에 유리한 큰 채널을 제공한다. 특히 응집이 수월해 고체 전해질 혼합형 복합 전극과 높은 계면 접촉 면적을 가진 고밀도 분리막으로 부품화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정한 대기 환경을 오랜 시간 유지해야 하며, 제작 비용이 높아 웬만한 기업들은 도전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씨아이에스는 고체 전해질 제조와 이를 활용하는 전지제조설비의 제작 판매를 목표로 하는 자회사 ‘CISOLID’를 지난해 4월 설립했다. ‘CISOLID’는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낮은 가격에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건식 제조 시스템을 개발·구축 중이다.

액상의 유체를 포함하지 않는 전고체 전지는 전해질·활물질 간 이온 전달을 위해 전극 내 고체 전해질이 포함돼 있다. 양극과 음극의 전기적 절연과 전극 간 이온 전도 기능을 위해 주성분이 고체 전해질인 이온 전도성 분리막이 필수다.

이런 고체 전해질의 셀 부품화를 위해 적합한 대면적 시트 제작기술이 개발됐다. 전고체 전지 상용화의 핵심 기술이 될 전망이다.

제작된 시트들은 일련의 조립과정을 거쳐 파우치 타입의 셀로 제작되는데, 전고체 전지는 이미 상용화된 리튬 이온 배터리(LIB)와 달리 최적의 구동을 위한 제어 변수나 조립 조건들이 완벽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소재 및 부품의 특성을 고려한 적합한 부품 조립 및 셀 제조설비가 반드시 갖춰져야 하는 이유다.

▲ 양산된 씨아이에스표 슬리터.
▲ 양산된 씨아이에스표 슬리터.
씨아이에스는 이런 고밀도 전극과 이온 전도성 분리막시트 제작을 위해 고체 전해질의 평균 입자크기를 1㎛ 수준까지 제어하는 장비를 구축했다. 고상 분체들 간 혼합·코팅·압연을 위한 연구 설비도 개발 중이다. 파우치 타입의 전고체 전지를 제작하기 위한 셀 조립용 자동화 설비의 초기 버전도 제작에 들어간 상태다.

글로벌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에 들어가는 건식 공정 기반 전극제조 공정도 빼놓을 수 없다.

건식 전극은 액체 용매를 사용하는 슬러리 코팅공정 대신 고상의 입자들만 효율적으로 혼합 코팅·제조한 고용량의 전극을 말한다.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건조 공정 생략과 같은 단순화 프로세스가 가능해 전극제조 공정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평가다. 씨아이에스는 건식 전극 코팅 장비의 시제품을 최근 자체 기술력으로 제작했으며, 상용화를 위해 글로벌 업체들과 협업할 계획이다.

▲ 씨아이에스 김수하 대표이사.
▲ 씨아이에스 김수하 대표이사.
◆씨아이에스 김수하 대표이사, “글로벌 시장에 우뚝 서겠다”

“최고의 기술력과 인재중시 경영으로 친환경 에너지 글로벌 NO.1 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임인년을 맞은 씨아이에스 김수하 대표이사의 당찬 포부다.

일본기업들이 시장을 주름 잡고 있던 2000년대 초반 2차 전지 시장에 혈혈단신으로 뛰어든 김 대표이사는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씨아이에스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

씨아이에스의 성공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숱한 난관에도 흔들리지 않는 뚝심으로 코팅, 슬리팅, 프레싱 등 기술개발을 밀어붙인 결과다.

시대 흐름도 씨아이에스의 편이다. 2차 전지 시장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의 휴대용기기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EV)와 대용량 전력저장시스템(ESS)용 전원으로 용도가 확대되면서 향후 고속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그는 “전극제조 설비들의 수주가 감당이 안 되는 수준으로 폭주하고 있다”며 “원활한 설비의 제작과 공급을 위해 최근 4만㎡ 규모 용지를 매입해 공장 증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 먹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고체 전해질 양산, 전고체 전지용 공정 및 설비개발, 전고체 전지 조립 개발설비 등이 앞으로 씨아이에스를 빛낼 신무기들”이라며 “고객들이 원하는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갖춘 전지제조설비 공급을 위해 끊임없이 기술개발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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