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석 기상청장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흔히 ‘‘동장군(冬將軍)’이란 표현이 쓰인다. 이는 겨울 혹한을 용맹하고 무서운 장군의 모습에 빗댄 단어다.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실패를 두고 영국 언론이 ‘추위 장군(general frost)에 참패’라고 표현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보통 1년 중 기온이 가장 낮은 1월이 동장군의 위세를 실감할 수 있는 달로 꼽힌다.

작년은 북극발 한파로 인해 ‘한베리아(한국과 시베리아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동장군이 위세를 떨친 해였다. 지난해 1월8일, 경상북도 상주시와 울진군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낮은 기온(상주시 영하 16.3℃, 울진군 영하 16.1℃)을 기록했으며, 서울도 영하 18.6℃까지 떨어지며 20년 만에 가장 낮은 기온을 보였다. 제주도 또한 57년 만에 첫 한파경보가 발표되는 등 전국적으로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이로 인해 수도관 동파, 양식장 및 농작물 냉해, 한랭 질환자 발생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2018년 9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개정되면서 한파와 폭염이 자연재난에 포함됐다.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해 국민 생활에 중대한 피해를 주는 재해의 범주에 극한 저온·고온 현상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한파 발생 시 안전 취약계층에 대한 피해 보상과 지원이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이에 맞춰 기상청에서도 한파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 경감을 위해 2020년 11월부터 ‘한파 영향예보’를 정규 운영하고 있다. 한파 영향예보는 실효성 있는 방재 의사결정 지원을 위해 분야별, 위험 수준별 맞춤형 한파 영향정보를 제공한다. 6개 분야(보건, 산업, 시설물, 수산양식, 농축산업, 기타)에 대해 위험 수준을 4단계(관심, 주의, 경고, 위험)로 구분해 전국 시·군 단위로 일 1회(전일 11시30분) 발표하며, 대응요령도 함께 제공된다.

한파 영향예보는 기상청 날씨누리, 날씨알리미 앱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특히, 날씨알리미 앱 푸시(push) 알림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가 선택한 지역 또는 현재 위치에서 보건 분야 ‘관심’ 단계 이상이 발표될 때 영향예보와 대응요령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기상청에서는 한파 정보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방송, 관계기관과의 협업 등으로 전달 수단을 다양화하고 있다. 야외 이동량이 많지 않고, 문자 및 전광판 확인이 어려운 정보 취약계층을 위해 비교적 접근성이 높은 지역방송사의 TV 자막방송으로 한파 영향예보와 한파 특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시내 중심가 통행량이 많은 곳에 설치된 관계기관의 대형 전광판을 활용하거나, 시내버스 승차장 안내기, 지하철 역사 내 전광판 등을 통해서도 한파 정보를 표출하고 있다. 아울러 야외근로자 안전관리 담당자와 취약계층 관리자에게 한파 영향예보 정보를 직접 제공해 한파 정보의 실효성 제고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번 겨울도 전국 곳곳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중이다. 잇따르는 한파 피해를 사전에 대비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최신의 한파 특·정보와 시·군별, 분야별 한파 영향예보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와 더불어 위험 수준별 대응요령과 생활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마지막 겨울 절기인 대한(大寒)의 추위에도 모든 국민이 안전한 겨울나기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박광석 기상청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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