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島’란 섬이 있습니다/ 우리들 마음속에만 있는/ 이어도만큼 신비한 섬입니다.// 미칠 듯 괴로울 때/ 한없이 슬플 때/ 증오와 좌절이 온 몸을 휘감을 때/ 비로소 마음 한 구석에서/ 조용히 빛을 내며 나타나는 섬/ 그게 ‘그래島’입니다// 섬 곳곳에는/ ‘그래도 너는 멋진 사람이야’/ ‘그래도 너는 건강하쟎니?’/ ‘그래도 너에겐 가족과 친구들이 있쟎아’/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단다’/ 같은 격려문들이 나붙어있습니다//그래島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용서와 위로의 섬입니다/ 당신의 그래島는 안녕하십니까?

「토닥토닥 그림편지」 (아트박스, 2010)

섬은 고립돼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세상과 다른 이상세계의 무대로 곧잘 등장한다. 강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세계를 정복했으나 신의 분노를 사서 대서양 속으로 가라앉아 버린 플라톤의 아틀란티스는 전설상의 섬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을 일컫는 유토피아도 상상속의 섬이다. 여자들만 살고 남자들이 가면 돌아오지 않는다는 전설 속의 섬 이어도, 홍길동이 건너가서 이상국가를 세웠다는 율도국 등이 모두 다 섬이다.

그래島도 섬이다. 그런 점에서 그래島는 이상향일 가능성이 크다. 순항하던 사업이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 좌초해버린 일로 마냥 괴로워한다면 한시바삐 그래島란 신비의 섬으로 가야 한다. 온갖 괴로움을 품어주는 포근한 가슴과 진심어린 격려의 손길은 힐링을 줄뿐더러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충전해준다. 그래島는 위로와 용기를 주는 섬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던 연인과 이별하고 나서, 살고자 하는 의욕마저 잃고 슬픔의 나락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면, 지체 없이 바다 건너 그래島로 떠나야 한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와 세파에 아랑곳없이 평화로운 수평선을 바라보다 보면 실연의 아픔도 치유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랑을 맞이할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싹튼다. 그래島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마음 수련 도량이다.

가까운 벗의 말이 괜히 듣기 싫거나 잘 난 사람이 왠지 보기 싫을 때, 작은 걸림돌이나 거치적거림을 극복하지 못하고 퍼질러 앉은 채 포기하거나, 걸핏하면 신세타령을 늘어놓으며 제풀에 어깨를 늘어트린 채 우울한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그때 상상의 섬이 조용히 빛을 내며 마음 한 구석에 등장한다. 그 섬이 바로 ‘그래島’다. 그래島는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꿔주는 마법의 섬이다.

‘그래도 너는 멋진 사람이야.’ ‘그래도 너는 건강하쟎니?’ ‘그래도 너에겐 가족과 친구들이 있쟎아.’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 ‘그래도 능력이 있잖아.’ ‘그래도 그만하면 잘 한 거야.’ ‘그래도 그만하길 천만다행이야.’ ‘그래도 이승이 낫다고 하잖아.’ ‘그래도 좋은 경험을 한 거야.’ 이런 진심어린 말들이 가슴에 와 닿는 그래島는 심리 컨설턴트다.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상존한다. 어두운 면, 못난 면, 나쁜 면만 보는 사람은 우울하고 낙담하며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밝은 면, 잘난 면, 좋은 면만 보는 사람은 명랑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성공할 확률이 높다. 부정적인 면을 보고 실망한 사람은 그래島에 가서 위로와 격려를 받을 필요가 있다. 그래島는 긍정과 희망의 섬이다. 새해엔 행복을 찾아 그래島로 가고 싶다.

오철환(문인)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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