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숙영(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마을발전기획단 단장)

지방대학의 폐교가 속출하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급감과 입학정원 미충원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00년 이후 폐교된 대학 19개중 18개가 지방대학이며, 2021년 신입생 충원율이 지방권역에서 90%, 제주는 60%대로 급감했다. 지방 전문대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작년에 지방전문대학 추가모집 충원율이 82.7% 수준에 불과하다. 추가모집을 해도 신입생을 다 채우지 못한 것이다. 사실 지방대학의 위기는 1996년 대학설립 자유화 정책이 추진되면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이때 이미 학령인구는 감소추세였음에도 정부는 60여개 대학을 설립해주었다. 지금의 부실대학의 대부분은 그 당시에 세워진 대학들이다. 그간 교육부도 지방대학 육성정책을 펼쳐왔지만, 실효성이 없거나 오히려 위기를 부채질했다. 특히 지난 정부기간 대입정원감축을 0.9% 했는데, 이는 2013~2018년 사이에 10%이상 감축한 것과 비교할 때 감축정책을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지방대학 당사자들도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대학들은 방만한 운영과 비위, 도덕적 해이로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대입정원보다 수험생수가 미달하는 소위 데드크로스 현상이 2020년에 발생한다는 통계발표가 있어왔지만, 우리대학에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무시했다. 급기야 정원미달사태가 일어나자 충격에 빠졌다. 지방정부 또한 대학에 관심이 없었다. 대학에 위기가 닥치자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학령인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2022년에 8만명, 2023년에 9만6천명, 2024년에는 입학정원 대비 무려 12만 명 이상의 학령인구가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상황이면 머지않아 지방대학 3개 중 1개는 폐교하거나 폐교위기에 내몰리는 것이라는 말이 억측이 아니다. 지방대학의 연쇄적인 폐교는 지방위기를 더욱 확산시킬 것은 분명하다. 지역 유동인구감소와 상권붕괴는 물론이고, 청년유출이 심화돼 지역산업에도 매우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폐교위기에 봉착한 지방대학들에게는 입학정원 감축과 자율적인 구조개혁 및 경영개선을 신속히 추진하게 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재산으로 전환하거나 유휴재산 처분 및 활용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폐교가 불가피한 대학에 대해서는 폐교와 법인청산을 빠르게 종결하도록 정부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구의 모 대학이 폐교 후 캠퍼스 부지가 장기간 방치돼 우범지대화 됐다. 이는 폐교대학법인이 청산비용에 따른 자금부족으로 청산이 계속 지연되면서 발생했다. 학생들은 학습권 침해와 교수와 직원들은 체불임금 등을 제때에 돌려받지 못했으며, 폐교대학의 자산노후화 및 가치하락 등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태로는 앞으로 폐교이후 캠퍼스를 무단 방치하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해부터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 ‘폐교대학종합관리센터’를 설치·운영하게 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과제는 많다. 현실화된 지방대학들의 폐교를 연착륙하도록 유도하고 유휴시설 활용에 주목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폐교부지와 시설의 조기용도변경이 가능하도록 해 복지시설이나 연구단지, 기업 및 공공기관 연수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지방대학의 위기와 폐교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정부는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신속히 이행해야 하며, 나아가 지방에 글로벌 기업유치나 육성에 적극 앞장서야 할 것이다. 또 고등교육체계의 전반적 개편을 넘어 지방에 이전한 국책연구기관과 지방대학, 지방정부가 협력해 지역특화 응용R&D연구원을 설립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그리고 지방대학을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 형태로 전환해 평생학습과 직업교육, 교양중심의 지역인재 재교육 허브로 구축하는 전략도 긴요하다. 지방대학의 문제는 지역의 미래가 직결된 만큼 지방대학붕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숙영(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마을발전기획단 단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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