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 몸인 경제와 안보

발행일 2022-06-29 13:25:4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미국과 중국 간 첨예한 갈등이 여전히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각국은 경제와 안보가 한 몸이 돼 간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 같다. 덕분에 이제껏 보지 못했던 국가 간 합종연횡이 국익 최우선이라는 명목 하에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은 G7을 포함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군사동맹은 물론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개도국에 6천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나날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고 나섰다. 또 아시아 주요 개도국들을 포함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을 창설해 중국이 반도체나 인공지능 등 주요 기술과 산업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더 이상 영향력이 확장되지 않도록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난 중국의 경우 여전히 자국의 공급능력과 내수시장에 대한 세계 각국의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이용해 중장기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또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으로 이뤄진 브릭스(BRICs)의 경우는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강화되는 가운데 최근 이란과 아르헨티나가 가입 신청을 하는 등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국제사회의 제재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된 러시아는 브릭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국제결재시스템을 창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중국 역시 이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역시 이런 변화와 무관할 수 없고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큰 국익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경제 규모로 따지자면 세계 10위권으로 강국이라 할 수 있지만 세계적으로 그에 걸 맞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문화, 일부 제조업 등 특정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정치나 외교 및 군사와 같은 비경제적인 분야에까지 영향력을 가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에너지나 광물, 식품에 이르기까지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자원 또는 상품에 대한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자원 또는 상품에 대한 중요성이 재부상하면서 경제와 안보가 한 몸이 돼가는 상황에서는 자원빈국이라는 현실은 우리 경제와 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협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CPTTP)이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에 참여하는 것이 비단 경제와 통상에 관한 문제 뿐 아니라 광의로는 안보차원에서도 우리에게 큰 의미를 갖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의 경우는 전 세계 인구의 약 32%, GDP는 약 41%를 차지해 경제 외교를 통해 우리의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또 디지털이나 공급망 및 청정에너지처럼 엔데믹 시대에 주목받을 다양한 의제에 대한 역내 포괄적 경제 협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릴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번 나토정상회의 참가도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나토가 서방의 대표적인 군사동맹이어서 주로 동맹 간 안보문제에 논의가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이 참가해 안보 이외에도 경제나 통상 등 국가별 관심 현안에 대한 양자간 다자간 논의가 이뤄지는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어서 우리 입장에서는 군사나 안보 이외에도 충분한 활용 가치가 있다. 아무쪼록 이번 회의에서 군사나 안보 문제 뿐 아니라 경제나 통상 등 다방면에 걸쳐 우리의 국익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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