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아웃렛 안전 불감…소방시설물 앞 적치 여전||물건 상하차장, 사무·휴게 공간도 주로

▲ 27일 대구지역의 한 백화점. 소방시설법에 따라 물건 적치가 금지된 공간에 의류 등 물건으로 가득한 박스들이 쌓여있다.
▲ 27일 대구지역의 한 백화점. 소방시설법에 따라 물건 적치가 금지된 공간에 의류 등 물건으로 가득한 박스들이 쌓여있다.
27일 오전 11시께 대구지역의 한 백화점. 직원 전용 구역 내 큰 창 앞은 ‘상품 적치 금지구역’이라는 문구와 함께 바닥에 붉은색 테이프가 붙어 있었지만 무색하게도 물건들이 쌓여있었다. 이 곳은 화재 등 유사 시 소방대원이 인명 구조를 위한 필수 공간이다.

일부 층의 경우 소방관 전용 출입구와 방수기구함이 행거에 걸린 옷 수백 벌에 아예 가로 막혀 있었다. 화재 등으로 한 번에 수백 명이 몰릴 경우 대피는커녕 안전사고를 유발하기 충분했다.

대전 아웃렛 화재로 사상자 8명이 발생한 가운데 대구지역 백화점, 아웃렛 역시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내 백화점, 아웃렛 등 대형 유통업체의 물건 불법 적치 등 안전불감증이 고질적 문제로 자리잡으면서 같은 참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화재 발생 시 대피가 쉽지 않은 백화점, 아웃렛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쇼핑 공간을 위주로 설계된 구조적 특성상 화재 발생 시 대피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무·휴게 공간은 물론 검품장이나 물건 상하차장이 주로 지하 층에 마련돼 있어 지하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화재 발생 시 쉽게 빠져 나올 수 없는 구조다.

화재 진압이 쉽지 않은 데다 물건까지 쌓여 있어 피해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 이번 대전 아웃렛 화재에서도 지하 1층에서 근무 중이던 직원들이 화를 입은 가운데 적치된 물건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역 대다수 백화점 등 유통업체 역시 파견 용역업체 직원들의 휴게 공간은 물론 물건 상하차장을 지하 층에 배치해 두고 있다.



▲ 27일 오전 대구지역 내 한 유통업체 지하 1층에 마련된 물건 상하차장. 화재 발생 시 쌓아놓은 물건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27일 오전 대구지역 내 한 유통업체 지하 1층에 마련된 물건 상하차장. 화재 발생 시 쌓아놓은 물건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화점마다 매년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직원 대상 화재 발생에 대비한 모의 대피 훈련이나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형식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지역 한 백화점 아르바이트생은 “근무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화재 대피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주로 지하에서 근무하다 보니 이번 대전 아웃렛 참사가 남 일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소방시설법 개정에 따라 사업장 자체적으로 소방 점검을 하도록 한 점 역시 개선돼야 할 문제점으로 꼽힌다.

2012년 2월 관련 법 개정으로 소방특별조사는 화재가 자주 발생했거나 발생 우려가 뚜렷한 곳 등 특정 경우를 만족할 때에만 실시하도록 하면서다.

대구의 한 백화점 안전관리팀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자체적으로 소방점검을 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화재 등 사고 발생에 민감해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다. 수시로 안전점검하고 직원 대상 대피 훈련 등을 더욱 철저히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27일 대구의 한 백화점. 소방시설법에 따라 소방시설 앞 물건 적치가 금지돼 있지만 의류 수십 벌이 소방시설과 소방관 전용 출입구를 가로막고 있다.
▲ 27일 대구의 한 백화점. 소방시설법에 따라 소방시설 앞 물건 적치가 금지돼 있지만 의류 수십 벌이 소방시설과 소방관 전용 출입구를 가로막고 있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유현제 기자 hjyu@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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