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전통성 이어온 권정순, 김종숙, 김해자, 전연호, 엄태조 명장 참여||평범함 거부하는

▲ 토하 연봉상, 우주-별들. 구아영 기자
▲ 토하 연봉상, 우주-별들. 구아영 기자
‘한 땀 한 땀…’.

한 분야에 끊임없이 파고들며 정신수양과 육체 수련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으뜸이 된 ‘장인’들의 행위를 이른다.

정성 어린 한 땀 한 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봉산문화회관이 오는 25일까지 1~3전시실에서 ‘또 다른 가능성-손끝의 기록’ 전을 개최하고 있다.

특히 이미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지역의 무형문화재 명장들의 숙련된 기술을 가감 없이 선보이는 전시라는 점이 특징이다.

전시에는 고금화, 권정순, 김종숙, 김해자, 엄태조, 연봉상, 이상직, 전문환, 전연호, 차정보 작가 10명이 참여한다.

조동오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우리 전통의 가치를 지키고자 끊임없는 수련을 통해 전통의 맥을 잇고자 하는 ‘온고지신’의 정신과 전통을 회자하며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타진하는 ‘법고창신’의 정신을 본받고자 한다”며 “각양각색의 손재주를 가진 10명 장인의 정신을 되새기며 전통과 현대 공예 작품을 골고루 감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통 공예에는 권정순(민화), 김종숙(매듭), 김해자(누비), 전연호(불화), 엄태조(소목) 명장들이 참여한다.

▲ 유산 엄태조, 소나무 진열장 세트
▲ 유산 엄태조, 소나무 진열장 세트
엄태조 소목장(국가무형문화재 제55조)은 대구 동구 신무동과 경산의 공방에서 작업하는 대한민국 명장이다. 나무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나무의 강도, 나이테, 수분함량 등의 성질에 따라 세간을 만드는 기능보유자다. 나무의 자연스러운 미를 최대한 살린 한국 전통 목공예 기법을 이어오고 있다.

▲ 김해자 누비장의 누빔 한복이 봉산문화회관 손끝의 기록 전에 전시중이다. 구아영 기자
▲ 김해자 누비장의 누빔 한복이 봉산문화회관 손끝의 기록 전에 전시중이다. 구아영 기자
▲ 본연 전연호, 천수관음도
▲ 본연 전연호, 천수관음도
김해자 누비장(국가무형문화재 107호)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아내인 김정숙 여사가 그의 누빔 한복을 구입하며 이름을 대내외적으로 알린 바 있다. 한 땀 한 땀 바느질한 곡선과 직선의 정교함은 전통의 우수함을 알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수많은 사찰의 국가문화재 지정 불화를 재현하며 불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전연호 단청장(대구시 무형문화재 제14호)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그의 세필 붓의 정교함과 화려한 색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알려져있다. 이번 전시에서 12지신도, 천수관음도, 하동칠불도 등의 수작을 선보이며, 불화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권정순 민화가는 이번 전시에서 화려한 색채, 세밀한 선묘로 표현된 민화의 정교함과 사실감을 다시 한번 뽐낸다.

전통매듭 명장 김종숙 작가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새로운 매듭 방법을 연구하고, 전통매듭을 알리기 위해 동영상과 교재를 제작하며 후학들에게 기술을 전수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요즘 부속품으로 잊혀져 가는 전통매듭 기술을 대중들에게 전승하고자 한다.

▲ 눌목 차정보, 장식장
▲ 눌목 차정보, 장식장
현대공예에는 고금화(섬유), 연봉상(도자), 이상직(금속), 전문환(도자), 차정모(목) 작가가 참여한다.

오랜 기간 나무를 애정하며 전국 사찰과 고택들을 복원해냈다는 고급 이력을 가지고 있는 현대 목의 차정보 작가는 나무의 자연스러운 쓰임을 중시하며 인위적인 가공보다 자연스러운 조형미를 자랑한다.

현대 도자의 전문환 작가는 가마의 불이 달궈지고 식는 것을 여러 차례 반복해내는 과정을 통해 단단해지고 변형되는 조형적 형태를 인내해야 하는 우리의 삶으로 연계시키고 있다.

모시, 삼베, 비단 등 전통 섬유 재료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금화 작가의 현대적 작업물도 볼 수 있다.

연봉상 작가는 장작불을 고수하지만, 작가만의 유약 기술인 ‘토하기법’을 만들어내 독특한 창작 세계를 구축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도자기 수십 개를 공중에 매달아 우주의 행성을 연상시키고자 한다.

이상직 작가는 금속 공방을 18년째 운영하며 금속공예의 저변확대에 힘쓰고 있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 용접으로 만든 인위적 금속에 흰색 꽃과 나비가 자연스럽게 않은 형상을 이중적으로 배치해 작가의 자연애의 서정적인 감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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