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보이스피싱에 가담, 이를 덮어준 경찰 덜미

발행일 2023-02-13 16:02:3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지검, 현직 경찰관 보이스피싱 가담 및 사건 은폐 적발

보이스피싱 가담 경찰관 구속기소, 수사무마 경찰관 불구속기소

보이스피상 검거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조직원 지시 따라

허술한 수사 의심한 검찰에 의해 덜미 잡혀

대구지방검찰청.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현직 경찰관과 사건 무마를 위해 고의로 부실수사한 현직 경찰관이 검찰에 적발됐다.

대구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조홍용)는 경북경찰청 소속 A(42)경사를 보이스피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A경사의 혐의를 의도적으로 덮으려 한 안산단원경찰서 B(39)경사를 불구속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A경사는 보이스피싱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다른 계좌로 송금한 혐의(사기방조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를 받고 있다.

A경사의 사건을 담당한 B경사는 경찰관 신분을 밝히며 사건을 무마해 달라는 A경사의 청탁에 응하며 같은해 11월30일부터 계좌추적 영장을 유효기간 내 고의로 집행하지 않고 피해자의 증거제출을 방해하는 등 직무유기 및 증거은닉,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경찰관들의 엇나간 동료애는 어떻게 시작된 걸까.

사건의 발단은 2021년 11월 A경사의 계좌에 3천만 원이 입금되면서 시작됐다. 경제적으로 사정이 어려웠던 A경사가 대출업체로부터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입금된 돈이었다. 대출업체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할 계좌가 필요했고 A경사는 돈을 빌리려면 대출업체가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A경사는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해당 대출업체가 과거에도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됐던 사실을 알았음에도 신고는커녕 대출업체 조직원의 지시에 따랐다.

경찰의 신분으로 수상한 형태의 대출 거래 사실이 근무하는 경찰서에 알려진다는 것이 더욱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이후 A경사는 경찰 수사망에 오르게 됐고 A경사는 담당 경찰인 B경사에게 “같은 경찰이니 봐달라”며 자신의 사건을 조용히 덮어줄 것을 부탁했다.

경찰의 명예가 더럽혀 지는 걸 우려했던 걸까. 사건을 덮기 위한 이들의 은밀하고도 대범한 범행이 이어졌다.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새로운 범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것.

우선 B경사는 형사처벌과 수사개시 통보를 면하고자 A경사를 피의자로 전환하지 않고 참고인 조사만 실시하는가하면 이들은 사건을 관리미제로 종결하기로 논의한다.

또 관리미제 종결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결정 취지의 불송치 종결과 검사의 재수사 요청에 대비한 합의서 및 처벌불원서 제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피해자와의 합의마저 이뤄지지 않자 검찰송치 후 무혐의를 주장하기로 했다. 무혐의 주장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복구해달라는 A경사의 청탁에 B경사는 채팅내역 등 선별 복구하는 방식으로 A경사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들의 바람대로 자칫 조용히 묻힐 뻔했던 해당 사건은 허술하게 검찰에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던 수사 검사가 여러 부분에서 수상쩍은 정황을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검찰은 경찰서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내부보고서 등을 확보하고 추가로 압수한 휴대전화 6대에서 사건 관련 통화녹음파일 127개, 핵심 파일 35개 등 선별 분석해 적발에 이르렀다.

검찰은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해서도 철저한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보이스피싱 범행을 명확히 규명하고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전했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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