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이웃들을 눈앞에 두고 어떻게 그냥 돌아갑니까” 대구지하철 참사 합동분향소와 대책본부가 마련된 대구시민회관에서 나흘째 자원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윤로(37·경북 영주시 하만동)씨. 사고 소식을 접한 뒤 지난 24일 무작정 ‘도와야겠다’는 마음으로 대구를 찾은 윤씨는 생각만큼 자원봉사활동이 쉽지 않았다. 이유는 자원봉사 신청자가 많아 대부분 되돌려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윤씨는 영주로 돌아가지 않고 도착 첫날 대구시민회관 이곳 저곳을 다니며 눈에 보이는대로 유가족을 도왔다. 이같은 윤씨의 활동이 사고대책본부 자원봉사총괄팀 관계자의 눈에 띄어 다음날인 25일부터는 정식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수 있었다.

윤씨가 맡은 자원봉사 분야는 각계에서 접수된 성품을 관리하고 옮기는 것으로 자원봉사를 시작한지 이틀만에 발에 물집이 잡히고 불어 트는가 하면 무거운 물품을 운반하다보니 어깨 등 곳곳에 근육통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윤씨는 “내가 하는 일들이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주었으면 한다”며 “열흘째 찬 바닥에서 지내고 있는 실종자가족들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걱정했다.

하루 채 2시간도 못 자며 자원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윤씨는 영주여고앞에서 ‘여고시대’라는 분식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진음악사가 출판한 중·고교 음악교과서의 삽화를 그릴 정도로 미술에도 조예가 깊다.

“자원봉사에 동참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한다”는 윤씨는 “2∼3교대로 운영되는 사고대책본부 직원들의 업무연계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임성수기자 s018@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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