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나뭇가지에

달빛이 차다.

깊은 밤, 차(茶)를 마시며

현인(賢人)의 설법(說法)을 읽는다.

세상도 모르고 사는, 나는

언제나 철이 들어

가슴에 와 닿는

별의 아득한 뜻을 알까?

멀리 시집간 누이야,

밖에는 마른 잎들이 진다.

첫눈이 오걸랑

눈에 묻힌 낙엽을 밟으며

설레설레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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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출생.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1974년 <시문학> 추천을 통해 등단.

이 시는 ‘세상도 모르고 사는’(실은 누구보다 세상을 예리한 눈으로 보고 있는 시인이지만) 한 선비의 겸손한 현실의 수용과 겸허한 일상의 자세를 간결하고도 평이한 언어로 직조된 거의 완벽한 서정시의 한 전형(典型)이라 하겠다.

이 시인의 ‘겨울 엽서’를 읽노라면 시인의 ‘겨울 유정(有情)’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창밖에는 싸락눈이 내리고 있다./굳이 사랑이 아니라도 좋으리/머무는 것, 또한 두려운 일이라/모두가 머물면서 떠나고/떠나면서도 머무는 법이다’ 여기서도 손병현 시의 진면모를 보게 된다. 지역 출신의 대표적 시인 중 한 사람으로 주목 받고 있는 시인이기도 하다. 牛步(시인∙‘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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