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신일희 총장이 차기 총장에 재선임됐다. 학교법인 계명대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신일희 총장 등 3명의 후보 가운데 신 총장을 차기 총장에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신 총장의 임기는 다음 달 6일부터 2024년 7월까지다.

신 총장은 1978년 단과대학이었던 계명대가 종합대학으로 승격하면서 첫 총장이 됐다. 신 총장은 이후 9차례나 총장에 선출되는 기염을 토했다. 지역 대학가는 물론 전국에서도 유례가 드물다. 지역 경북대와 영남대가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계명대는 별 탈 없이 총장을 뽑았다.

계명대 이사회는 신 총장이 신상발언을 통해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히고 퇴장하자 나머지 두 후보도 잇따라 사퇴 의사를 밝힌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사회는 3시간가량 회의 끝에 신 총장을 재선임하기로 했다.

신 총장은 이사회에 고사의 뜻을 강하게 밝혔으나 이사회가 대내외적으로 위기의 대학 환경에서 강력한 리더십과 함께 경험·경륜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며 신 총장을 설득하고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법인과 학내외에서는 처음부터 신 총장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보고 있었다. 하지만 신 총장이 연임에 대한 부담 등으로 사퇴 입장을 강하게 밝히면서 우여곡절 끝에 참석 이사 전원 찬성으로 귀결됐다.

지금 지역 대학의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 장기간의 등록금 동결과 학생 수 감소, 수도권으로 젊은 인재 유출 등 존립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코로나19도 단기 악재다.

이런 상황에서 계명대 이사회가 밝혔듯이 학교 사정을 잘 알고 외부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았을 터이다. 그래서 고령에 총장 장기 재직의 부정적인 측면에도 불구, 신 총장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신 총장은 그동안 대학을 반석위에 올려놓았다. 또 코로나19가 닥쳐 대구가 팬데믹에 빠질 뻔한 상황에서 계명대 대구 동산병원을 코로나19 치료시설로 내놓는 용기를 보여 주었다. 동산병원이 아니었으면 코로나19의 초기 확산 방지에 큰 어려움을 겪었을 터였다. 대학의 역할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하겠다.

그러나 아무리 본인의 능력이 탁월하다 해도 장기 재직의 폐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신 총장은 학내 반대 세력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기 바란다. 학교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하도록 더욱 힘 쏟아야 한다. 차기 총장 감이 될 만한 인물 키우는데도 신경 써야 할 것이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대학 운영으로 계명대학교가 거듭나기를 바란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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