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손해보험 경북지역총국장
▲ 농협손해보험 경북지역총국장
손동섭

농협손해보험 경북지역총국장

난생 처음 꽃을 선물받은 날을 기억한다.

40년 전 개나리가 막 꽃망울을 터뜨릴 즈음, 군입대를 위해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하는 고속버스에 올라와서 장미꽃 한 송이를 내밀고 사뿐히 내려가던 그녀에게서 난생처음 꽃을 선물받음을 기억한다. 그 장미꽃은 추풍령을 넘어설 때까지 내 손에 꼭 쥐어져 있었다. 그녀의 꽃 선물은 40년을 같이 지냈어도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몇해 전 돌아가신 어머니께서는 유달리 꽃을 좋아 하셨다. 꽃이 피는 봄철이면 벚꽃구경을 즐기셨고 만개한 꽃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많이 남기셨다. 그래서인지 돌아가신 이듬해 초봄 어머니 무덤 바로 앞에 할미꽃이 수줍은 자태로 피어 있었다.

나도 요즘 부쩍 꽃을 좋아한다. 봄이면 꽃을 배경으로 셀카를 부지런히 찍어서 카톡 프로필에 퍼 담는다.

평생 꽃이라곤 단 한 번만 준 집사람이 나더러 꽃을 좋아하는 걸 보니 늙었다고 핀잔을 준다.

꽃은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가 하면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불쾌감을 감소시키며 때로는 들뜨게 한다. 뇌가 눈으로 색채를 판단하는 순간, 자극을 보내 색깔에 따라 특유의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나이 들수록 꽃의 색채에 더 끌리고 매년 돌아오는 계절의 변화에 마음을 빼앗기며 경탄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 들면 꽃사진을 즐겨 찍고 꽃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의 그림책 작가 마티 루디가 쓴 ‘꽃 할아버지의 선물’이라는 책에서는 꽃 할아버지가 나눠준 꽃을 받은 동네사람들과 그들이 살고 있는 집과 마을이 흑백에서 컬러로 변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꽃 한송이로 전해지는 한 사람의 마음이 주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무심한 표정의 사람들이 꽃으로 인해서 꽃처럼 아름답게 살아가는 것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이 책은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꽃을 늘 가까이하면서 꽃처럼 아름답게 살아가라"고.

지루했던 겨울이 가고 꽃들의 향연이 펼쳐질 봄이 온다.

범어네거리에는 봄의 전령사인 매화꽃이 벌써 활짝 폈단다. 곧 고모령 넘어가는 길에 개나리꽃이, 아파트 단지 안에 목련꽃이, 앞산에는 벚꽃이 앞다퉈 피면서 봄은 꽃으로 시작해 꽃으로 끝나는 계절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줄 터다. 그런데 예전에는 시차를 두고 꽃을 피우더니 요놈들이 언젠가부터 한꺼번에 몰려서 확 핀다. 한 번에 다 감상할 수 있는 호사는 누릴 수 있지만 왠지 씁쓸하다. 인간이 불러온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이 내리는 형벌 일게다.

이제 졸업시즌이다. 올해도 졸업식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졸업식이 대세다. 가족이나 지인들이 선물하는 축하 꽃다발을 주는 진풍경을 볼 수 없어서 많이 아쉽다. 화훼농가의 대목인 입학식 및 졸업식 같은 시즌이 유명무실하게 되고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꽃 소비가 급감해 화훼농가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뉴스에서 화훼농가가 애써 재배한 꽃밭을 통째로 갈아엎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요즘 출근하면 책상 위에 프리지아 꽃 한송이가 향기를 내뿜으며 나를 반긴다.

어려운 화훼농가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경북농협임직원들이 자발적 성금으로 ‘내 책상위에 꽃 한송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곤경에 처한 화훼농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일상속에서도 ‘꽃 한송이 문화’가 정착돼 꽃 소비가 되살아 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국의 나나 무스쿠리라고 불리 우는 박강수의 노래를 좋아한다. 기타 운율에 박강수씨의 ‘꽃이 바람에게 전하는 말’을 봄에게 들려 주고 싶다. 오늘은 이 노래를 들으며 프리지아 한 다발을 사서 사랑하는 가족, 연인에게 봄의 향기를 들려주면 어떨까?

꽃은 봄날을 그리워 하니깐!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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