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요구에 “일상 복귀 책임 다하겟다” 고개 숙여

▲ 국민의힘 중앙여성위원회 위원들이 18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중앙여성위원회 위원들이 18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행 피해자가 사과를 요구하자 더불어민주당과 박영선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18일 뒤늦게 사과에 나섰다.

피해자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다시 한 번 당을 대표해서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며 “민주당은 피해자가 더 무거운 짐에 눌리지 않고 아무 불편함이 없이 일상에 정상적으로 복귀하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열자 난감한 기색이 감돌았다.

김 직무대행은 “당이 부족했다”며 “민주당 소속 모든 선출직 공직자 구성원의 성 인지 감수성 제고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고 성 비위 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으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는 이른바 ‘피해호소인 3인방’(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 및 캠프 퇴출을 요구했지만 박 후보는 끝내 응답하지 않았다.

남인순·진선미 의원은 박 후보 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고민정 의원은 대변인을 각각 맡고 있다. 고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 후보는 이날 관악구 지역공약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페이스북 글에서 짊어지고 가겠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제가 정말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짊어지고 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박 후보의 사과 발언에 진정성이 없다며 후보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대구 수성갑)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2차 가해는 지속해서 피해자를 괴롭혔다”며 “박 전 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만큼 민주당과 박원순 지지자를 중심으로 다중의 위력에 의한 제2차 가해도 묵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유출한 남인순 의원과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쓴 의원들이 박 후보 캠프에서 퇴출되지 않았고 피해자에 대한 민주당 측 인사들의 가해성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며 “권력의 폭주와 오만을 4월7일 선거에서 응징해 달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박 후보가 사과문을 통해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서울시장 후보부터 사퇴하라”며 “당신의 존재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공포”라고 질타했다.



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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