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섭 교수
▲ 이상섭 교수
이상섭

경북도립대 명예교수

곧잘 만났던 외국의 학자들은 “당신네 나라는 아직 선진국과는 거리가 멀다”고 한다.

“역경 속에서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고, 선거도 제 날짜에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국민들이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다. 그래서 정치가 꽤 발전된 것처럼 보이고, 선진국인양 행동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네들은 제대로 오래된 정당 하나 없다. 또 정당의 잘못된 ‘정치행태’ 때문에 진영논리에 매몰된 유권자들의 정치문화가 문제”라고 한다. 그들은 정당과 정치발전이 곧 민주주의 발전으로 정착된 나라들이다.

4·7보선의 본질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부산 두 시장이 저지른 성추행으로 태어났다. 당헌 제96조 2항의 공천금지 약속을 희한한 핑계로 바꾸고, 후보를 공천한 나쁜 정치행태를 보니 그 말에 실감이 간다. 이는 국민무시이며 한마디로 후안무치다.

더욱이 혁신한다며 그 당헌을 만든 문재인 대통령마저도 “당의 선택을 존중한다”니 놀라울 뿐이다. 스스로에 대한 약속도 안 지키는 집권당이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니 어불성설로 비쳐서다. “원칙 없는 승리보다 원칙 있는 패배가 더 낫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록이 다시 회자됨도 같은 이유다.

혹자는 이번 보선 구도를 ‘여·야 대결이 아닌 민주당 대 국민’의 한 판이며, 전대미문의 ‘성희롱 이벤트’라고 한다. 오거돈, 박원순 전 시장에 이어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도 이 대열에 합류해 어렵게 보였던 양당 간 (사실상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된 셈이다. 이를 역사적인 ‘성추행 단일화’라고 평하는 이도 있다. 국제적 망신이다.

선출되는 시장의 임기는 1년 남짓인데, 나랏돈 수십조 원이 들어갈 가덕도신공항과 재난지원금도 LH 사태와 민도 탓인지 약효가 별로여서 안달하는 것이 여당의 모습이다. 이번엔 부디 공약 남발보다 성추행 근절을 위한 ‘심판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통렬한 반성, 진정어린 사과와 책임자 단죄가 선결돼야 함은 상식이다. 피해 여성과 그 어머니의 한 맺힌 통곡을 외면하면 안된다.

그간 민주당이 보여준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이 달린다. 이해찬의 XX자식 발언, 피해 호소인 지칭, 임종석의 ‘박원순 예찬론’, 친여 검사의 ‘꽃뱀’ 망언 침묵 등이 증거다.

선관위도 그렇다. 시민단체에서 내건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캠페인 문구를 불허한 걸 보니, 인사청문회서 논란이 컸던 조해주 국민대 겸임교수를 굳이 상임위원에 임명한 저의가 바로 읽힌다.

국민 알 권리의 상징인 촛불정신은 도대체 어디로 갔나. ‘그렇게 겁이 나면 차라리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는 지적이 답으로 들린다.

선거 경비도 무섭다. 서울 487억 원, 부산 219억 원은 다 시민 혈세다. 국고에서 주는 선거비 보전금 130억 원도 국민들 돈이다. 여당의 성희롱으로 국민에게 세금폭탄을 안기는 결과다. 작년에 민주당이 받은 보조금 327억 원의 일부라도 반납하는 것이 염치고, 도리다. 원인 제공당의 뻔뻔함에 할 말이 없다.

필자는 귀책 정당의 공천 금지, 정당과 개인의 선거비용 부담, 구상권 청구, 정당보조금 삭감을 주장해왔다. 차제에 이를 당헌 아닌 ‘입법화’로 책임을 확실히 물어야 유사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된다. 그러나 기득권 고수로 추진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쯤 되면 방법은 단 하나 선거혁명(election revolution)뿐이다. 선진국들은 다 그랬다. 보선을 왜 하는지, 성추행 사건은 어떻게 됐는지, 후세가 짊어질 빚은 어떻게 되는지 끝까지 따져보고, 투표에 임해야 한다. 선거결과는 민도를 반영한다. 오로지 유권자의 몫이다.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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