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일 십 백 천 만으로

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라일락의 계절 사월이 찾아왔다. 향기로운 보랏빛 꽃들이 바람이 흔들린다. 은은한 꽃내음이 우리의 코를 위로한다. 몸은 비록 자유로이 나다니지 못하더라도 4월의 꽃향기 속에서 마음만은 즐겁고 행복하기를 비는 것 같다.

정원에 심어둔 구근들도 어느새 싹을 틔워 밝은 꽃대를 밀어 올린다. T.S 엘리엇의 시가 떠오른다. 언제나처럼 생각나는 그 부분을 나지막이 읊조려본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잘 잊게 해 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학창 시절 처음 접했던 시 황무지다. 4월이면 언제나 떠오르는 부분이지만, 다가오는 의미는 늘 다르게 느껴진다.

며칠만 지나면 백신 2차 접종이 시작된다. 화이자 백신은 1차보다는 2차 접종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다 보니 2차 접종을 앞둔 직원들은 걱정하는 듯하다. 원로 선배님 한 분이 제안하셨다. 4월이 됐으니 황무지의 전문을 한번 외워보면서 불안을 떨구면 어떻겠냐고. 그 제안에 얼른 손을 들었다. 한번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무엇에든 집중하면 걱정이나 근심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있지 않겠는가. 선배님의 시 외우기 도전에 숟가락을 함께 얹어보는 봄이 되기를 소망한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으로 ‘일 십 백 천 만’ 건강법보다 더 좋은 것이 없을 성싶다.

‘일: 하루 1가지 이상 선행을 하고 십: 10번 이상 웃으며. 백: 100자 이상 글자를 쓰고 천: 1천자 이상 읽으며, 만 : 하루 만 보 이상 걷자’이다. 이 5가지를 매일 실천할 수만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으랴. 선행이라고 거창한 게 아니라 마주치는 사람에게 밝은 낯빛으로 웃어주는 것으로도 좋은 기운을 줄 수 있으리라. 어린아이들은 조금만 신기한 것을 보더라도 깔깔대며 웃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웃음은 점차 줄어든다. 요즘처럼 코로나가 온통 지배하는 시대에는 웃음 지을 일이 더더욱 줄어드는 것 같다. 의식적으로라도 혼자서라도 호탕하게 웃어 젖혀가면서 웃음 근육을 잘 단련해둬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니 무조건 웃어볼 일이다. 글자 쓰는 것도 시간을 내어서 적어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으리라. 적자생존이라고 하지 않던가. 적어두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니 적어두는 습관을 들이면 좋으리라. 노트 한 줄에 15글자를 쓴다고 치면 100자 쓰기는 일곱 줄 정도면 채울 수 있다. 매일 거르지 않고 손에 연필을 쥐고 정성껏 하루를 돌아보며 하루에 있었던 일을 기록하거나 좋은 글귀를 찬찬히 음미하며 써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1천자 읽기는 신문 칼럼 하나와 시 한 편 읽으면 되는 분량이다. 그러니 짧은 시간에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아보고 시를 읽으며 정서도 촉촉하게 유지한다면 더 이상 좋은 것이 있으랴. 우리나라 성인의 월 독서량이 책 한 권이 채 되지 않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국인의 생애주기별 독서량 발표를 보니 영유아가 가장 많이 읽고 초등하고 저학년 때는 그런대로 책을 많이 읽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들어 청소년 성인으로 갈수록 책을 읽지 않게 돼 독서량 그래프가 마치 폭포수가 떨어져 내리듯 성인으로 갈수록 급격히 내려앉는다. 마음을 다 잡아서 책을 접하고 책 읽는 기쁨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기억을 잃지 않을 수 있고 뇌를 건강하게 유지 할 수 있으리라.

몇 해 전부터 독서마라톤이라는 책 읽기 프로그램이 지자체별로 시행되고 있다. 거북이, 악어, 토끼, 타조, 사자, 호랑이, 월계관 코스로 나눠 독서 마라톤 완주를 꿈꾸게 한다. 독서는 혼자서 책을 읽는 조금은 고독한 시간이지만, 자신이 신청한 독서 마라톤 코스에서 완주증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힘이 나고 재미있겠는가. 필자도 독서 마라톤에 도전했다. 독서 마라톤 코스는 3㎞, 5㎞, 7㎞, 하프 코스가 있다. 책 1쪽은 마라톤 1m로 환산해 3㎞는 1일 평균 23쪽을 읽으면 완주 할 수 있다, 5㎞는 1일 38쪽, 7㎞는 53쪽, 하프 코스 2만1천97쪽은 매일 161쪽을 읽고 독서 일기를 올리면 된다. 첫 도전에 의미를 두고자 필자는 하프 코스를 신청해 달리고 있다. 열심히 날마다 읽어야 독서 마라톤 완주 메달을 받을 수 있다. 그날까지 열심히 달려가 보리라. 건강법으로 더없이 좋다고 하는 만 보 걷기도 매일 꾸준히 실천하는 데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4월의 꽃향기 속에서 ‘일 십 백 천 만’으로 건강해지는 하루 되시길, 더없이 행복한 봄날을 만끽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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