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파트 공급시장을 주도하는 역외 대형 건설사들이 지역 영세 하청업체와의 상생을 외면한다는 비난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역경제 기여나 지역사회 공헌 활동에는 전혀 관심이 없이 돈만 긁어간다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 건립공사 전 단계인 공급과정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져 문제가 되고 있다. 모델하우스 건립부터 분양·홍보까지 여러 분야를 외지 관련 업체들이 사실상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지역 업체들은 ‘안방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지역 관련업계에서는 사업 시행단계부터 지역업체와의 협력을 시스템화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당연한 주장이다. 지역에서 가능한 분야는 지역업체를 우선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그것은 관련 규정을 따지기 이전에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외지 건설사들의 기본적 경영윤리에 속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대구에서는 48개 단지의 아파트가 분양됐다. 그러나 지역 업체가 모델하우스 건립 계약을 따낸 것은 단 4건이다. 그나마 2건은 원청 업체가 지역 건설사여서 실제 외지건설사 사업을 수주한 것은 2건에 불과하다.

분양·홍보대행 분야도 마찬가지다. 모델하우스 분야보다는 덜하다고 하지만 역시 지역 업체 수주비율이 25~3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디자인 업체 관계자는 “대구 아파트시장 활황을 틈타 전국의 모든 시공사들이 대구에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대형 건설사의 경우 100% 서울 업체를 협력사로 활용한다”고 주장했다. 사업 물량이 늘어도 지역 하청업체에는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최근 시공사가 결정된 지역 재개발·재건축 사업 69건 중 외지 업체 수주는 88%인 61건에 이른다. 이에 따라 지역 하도급 업체의 설 자리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부분 외지 건설사들은 지역사회 공헌 활동에도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기업이윤의 지역환원 차원에서 장학사업, 이웃돕기 성금, 상생협력기금 조성 등을 하고 있는 지역 건설사들의 행보와 대조적이다. 지역민과 함께 간다는 의식이 전혀 없다.

역외 건설사들은 자본력, 실적, 인지도 등을 앞세워 지역 사업을 쓸어간다. 대구 건설관련 업계의 외지종속이 심화돼 가는 구조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경쟁력 상실로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역외 건설사의 지역 진출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대구시 등 관계 당국이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된다. 사업이 활성화될수록 지역 하도급 업계의 기반이 무너진다는 이야기를 새겨들어야 한다. 지역 업계와의 상생방안 마련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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