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4·7 재·보궐선거가 국민의힘 압승으로 끝났지만 대구·경북(TK) 의원들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보선 승리를 계기로 벌써부터 당내에서 내년 대선의 승부처가 될 수도권 민심과 중도층 흡수를 위해 ‘영남 꼰대당을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탓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8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특정 지역에 묶인 정당에서 벗어나 호남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결코 우리 당이 잘해서 거둔 승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의 승리가 아닌 문재인 정권의 패배이자, 우리 국민의힘에 주어진 무거운 숙제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명심하겠다”며 “자만 말고 쇄신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뜻으로 받아들이고 승리의 기쁨은 묻어두겠다”고 했다.

성명에는 초선 56명 중 42명이 참여했다.

이들이 지적한 ‘특정지역 정당’은 TK을 핵심 기반으로 삼는 현주소를,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은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초선 의원들의 성명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이 20·30대의 지지에 힘입어 11년 만에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여세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차기 원내대표와 당 대표 선출에서 ‘영남권’과 ‘다선’은 가급적 나서지 말아달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날 퇴임 기자회견을 가진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재·보궐선거 압승에 대해 “국민의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며 “낡은 이념과 특정한 지역에 묶인 정당이 아니라, 시대 변화를 읽고 국민 모두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발전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거듭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렇게 되면 차기 당 대표 후보군인 주호영 원내대표(대구 수성갑)의 출마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이와 관련 주 원내대표의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TK는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83명 가운데 23명, 당원 320만 명 가운데 50만 명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높다”며 “지역 의원들이 적극 나서 TK 정치적 입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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