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석봉
▲ 홍석봉
‘꼰대’와 ‘싸가지’라는 단어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는 옳고 다른 사람은 잘못됐다고 여긴다. 철저하게 자기주의에 매몰된 것이 특징이다. 꼰대는 ‘늙은이’를 일컫는 말로 권위를 내세우는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뜻을 담고 있다. 고집불통의 의미가 더해졌다. 영국 BBC는 2019년 ‘꼰대’라는 한국말을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이라 소개했다.

싸가지는 ‘사람에 대한 예의나 배려, 그러한 예의나 배려가 없는 사람을 속 되게 일컫는 말’이다. 싸가지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타난다. 싸가지는 나만 안다. 타인은 무시한다.

정치판에서 싸가지는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이다. 꼰대는 국민의힘의 대명사다. 지금 정치판에 싸가지와 꼰대의 싸움이 한창이다.

꼰대 집안에 이변이 일어났다. 가히 신드롬이라고 할 수 있는 ‘이준석 현상’이다. 모두가 이변에 놀라 주시하고 있다. 이준석 현상에는 보수의 물갈이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라는 국민들의 묵시적 요구와 지지가 투영돼 있다.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서열도 일시에 무너뜨린다. 정치판의 능구렁이들이 애써 의미를 깎아내려도 바람은 멈출 기세가 없다. 비상이 걸린 노땅들이 이준석 때리기를 한다. 뜨끔한 여당은 싸가지로 방어막을 친다.

--이준석 돌풍, 보수 깨어나고 진보 수렁에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탄핵을 등에 업고 10년 만에 문재인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싸가지 없는 진보가 내로남불까지 등에 업고 독선과 아집으로 질주했다. 강준만 교수는 ‘싸가지 없는 정치’란 책을 내 문재인 정권의 행태를 비판했다. 민주당은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싸가지’역풍’을 된통 맞았다.

재·보선 참패 후 민주당은 당내에 만연한 공정과 정의를 내팽개치고 내로남불을 반성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결국 민주당은 조국 수렁에 빠져들었다. 이준석의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던 터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조국의 시간’ 회고록은 재·보선에서 2030이 돌아선 결정적인 원인 제공자인 조국을 다시 소환했다. 당은 자중지란에 빠졌다. 싸가지가 다시 발동했다. ‘문빠의 극성’이 기제가 됐다.

조국 사태를 반쪽 사과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친문의 반발에 홍역을 치렀다. 민주당엔 조국 옹호 발언이 이어졌다. 비판적인 발언은 묻혔다. 문빠의 극렬 저항에 입도 뻥긋 못했다. 국민의힘은 ‘조비어천가’라며 불을 질렀다.

민주당은 재·보선의 패배 원인을 곱씹으며 돌파구를 찾던 중이었다. 반성과 달라진 모습을 기대했던 지지층과 국민에게는 싸가지의 악몽을 되살렸다.

살판난 것은 국민의힘이다. 이준석 돌풍을 등에 업고 신바람 행보 중이다. 난공불락의 꼰대 아성이 급격히 무너졌다. 꼰대의 반란이다. 애 취급하던 ‘36세, 0선’의 이준석이 보수 야당의 지도자급으로 급부상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바람몰이 중이다. 보수 정당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가 반영된 한순간의 ‘바람’ 정도로 여겼는데 이제 ‘태풍’이 됐다.

-꼰대의 반란에 TK의 자각, 태풍급 충격

4선, 5선의 중진들이 맥 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변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이준석의 독주체제가 확인됐다. 국민의힘 지지층 과반이 이 후보가 적합하다고 답했다. 당 대표 적합도는 다른 후보를 압도했다. 20대보다 50, 60대에서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대구·경북도 이 후보 지지가 독보적이다.

특히 보수 텃밭이자 꼰대의 본산인 대구·경북의 민심 변화는 놀랍다. 36세 애송이를 당의 간판 얼굴로 꼽고 있다니, 가히 혁명 수준이다. 박근혜 탄핵과 대통령 선거 등 몇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보여준 보수의 ‘꼴통 짓’에 돌아선 민심이 결정타가 됐다. 결국 이준석 현상이라는 세대교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전매특허로 여겼던 혁신과 변화의 아이콘을 선점당한 채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 반대 상황이었다. 20대 대선까지 몰고 갈 태세다. 민주당은 ‘문빠’의 몽니에 수렁에 빠졌다. 대선이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판의 ‘꼰대’와 ‘싸가지’ 싸움 결과가 궁금하다.

홍석봉 논설위원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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