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시험에 대한 넋두리

발행일 2021-06-15 16:27:3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경선과정에서 공천시험제를 거론했다. 공천시험제는 정치판을 뒤흔들 뇌관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에 대해 찬반양론이 없을 수 없다. 일반국민은 비교적 찬성 쪽이다. 능력위주 공천이 합리적이고 공정하다는 것. 금품이나 연고를 배제하고 역량 있는 후보를 가려내기 위한 시험은 당연한 필연이고 오히려 때늦은 감마저 있다. 반대의견도 만만찮다. 정치는 능력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 능력지상주의로 흐를 위험성이 반대이유로 두드러진다.

주권자가 선출직을 직접 뽑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허나 정당정치로 인해서 주권자의 선택 범위가 제한되는 것이 현실이다. 정당공천을 받은 후보 중에 선택해야하는 상황이 문제다. 무소속이 있긴 하지만 당선가능성이 낮다 보니 실질적으로 유명무실하다. 설상가상 여야 할 것 없이 공천 부작용이 끊이질 않는다. 그런 상황을 개선코자 공천시험 공약이 나온 듯하다. 금품공천을 위시한 잡음을 없애고 선택의 효율을 높이자는 취지다.

정치권 주변인사가 대개 공천시험에 반대하는 편이다. 시험이 진입장벽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필기시험과 친하지 않다. 주권자는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고 다양한 여론을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는 청렴하고 정직한 대리인을 원한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건전한 상식을 갖춘 도덕적이고 지혜로운 사람을 시험으로 가려낸다는 생각은 유치하다. 시험만 잘 치는 영리한 사람이 선출직이 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

관료의 등용문으로 도입된 과거제가 다름 아닌 시험제이고 지금도 각종 시험을 통해 공무원을 선발하고 있다. 기업체에도 시험으로 직원을 뽑는 것이 당연시돼있고 예술부문까지 일종의 시험인 콩쿠르로 그 우열을 평가하는 실정이다. 시험은 능력뿐 아니라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는 제도로 뿌리내리고 있으며 이보다 더 나은 대안이 지금껏 발견되지 않고 있다. 정치에서만 유독 시험제가 배제돼 있다. 형식적 면접이 행해지긴 하지만.

공천시험제를 정치에 접목해볼 필요는 있다. 현인을 찾아내도록 시험을 잘 설계하면 반대 쪽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시험제를 도입한다하더라도 최종선택은 당연히 주권자 몫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속담처럼 공천시험에도 디테일이 중요하다. 상황이나 지역사정에 맞는 맞춤형 시험을 적절히 설계하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다. 선거의 성격에 맞은 시험을 꼼꼼히 설계해야 성공할 수 있다.

충분히 연구하고 설계해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 실제 공천에 적용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여준다. 대선은 특히 중차대한 선거인만큼 시험을 단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단계는 전과, 도덕성, 건강상태 등을 보는 서류전형, 2단계는 케이스 시험이나 논술식 시험, 3단계는 토론 배틀 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각 단계에 여론조사를 가미하는 방법도 흥미를 끌 수 있다. 시험결과를 기초로 복수후보군을 선발하고 여론조사로 그 중 한 명을 공천하면 흥행도 노려볼만하다.

과목의 선정과 운용의 묘도 단계별 시험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윤리, 역사, 법학, 경제학, 컴퓨터 등을 기본으로 높은 단계로 갈수록 과목을 통합해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연령에 맞춘 난이도 조정도 배려해야만 중진의 반발을 줄일 수 있다. 3단계에선 특히 토론 설계를 잘 해야 한다. 케이스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나 논술시험을 치른 후 그에 대해 질의응답을 TV프로로 기획해 볼 만하다. 내면의 모습이 속속들이 드러나는 무제한 TV끝장토론은 본선용으로도 좋을 듯하다. 각 당의 후보 경선이 몇 달씩 걸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공천시험제가 오히려 그 기간을 줄여줄 수 있다.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 세심한 연구와 전문가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적이다.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지방의원에 대한 시험은 단순하게 설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어떤 선출직에 무엇을 시험과목으로 하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이는 심사숙고해야 할 핵심 과제다.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결정해야 뒤탈이 없다. 초기엔 저항이 적은 방법으로 실시하고 제도가 뿌리를 내리면 점차 강도를 높여가는 것이 연착륙의 요체다. 다른 분야와 같이 정치에도 시험제를 통해 역량 있는 후보를 주권자 앞에 내어놓는 날이 조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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