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최근 대부분의 실물경제 지표들의 개선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를 것이라는 시장기대가 커지고 있다. 생산 측면에서는 경기 국면의 변화를 나타내는 제조업 재고출하순환도가 회복 및 상승 국면에 있고, 서비스업과 도소매업의 생산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다. 소비 측면에서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소매 판매가 늘고 있고, 투자 측면에서는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 경제 전반의 수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소비자심리지수나 기업경기실사지수, 그리고 이 두 지수를 합성해 산출하는 경제심리지수와 같은 경제주체들의 심리지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현재와 미래의 경기 여건을 나타내는 동행 및 선행 경기종합지수도 지속 상승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외 전망기관들의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계속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외에서는 그동안 완화 기조를 유지해 왔던 금융통화 및 재정 정책 방향의 전환 시기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에서는 미국의 테이퍼링(tappering, 자산매입 축소)이나 금리 인상 등에 앞서 선제적인 정책 방향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조차 있다. 가파른 물가 상승과 자산가격 거품 확대에 대한 우려는 물론이고 미국의 정책 기조 변화에 따르는 리스크 회피 등을 위해서 말이다.

다만, 일각에서 대두되는 것처럼 미국의 정책 기조 변화가 물가 안정보다는 자산가격 거품 확대 억제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테이퍼링에서 금리 인상까지 상당한 여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국내 금융통화 및 재정 정책의 정상화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어지고, 시간을 두고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완만하게 진행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경기 회복세도 강하고 길어지게 될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정작 우려해야 할 것은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 인도에서 발견된 델타 변이가 유럽 주요국들을 포함해 세계 80개국 이상으로 확산되면서 코로나 이전으로의 복귀 일정이 다시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봉쇄 기간 연장을 결정했고, 호주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봉쇄 결정을 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일부 국가들에서는 델타 플러스 변이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하니, 그 피해가 어느 정도까지 커질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우려처럼 다른 코로나 변이보다 적어도 1.4배 이상 전파력이 강하다는 델타 플러스 변이의 확산세가 이대로 이어진다면 그동안 낙관적으로만 보던 경기 여건에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된다면 4%대까지도 바라보던 국내 경제는 3%대 성장에 만족하거나,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의 경제성장률에 만족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백신 접종 완료 후 2주간의 항체 형성 기간 경과 후 감염되는 이른바 돌파감염률마저 높아진다면 지난해와 같은 경험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나마 백신 접종률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서 돌파감염 사례가 나오더라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은 다행스럽게 생각되지만, 최근 집단감염 사례가 다시 발생하는 등 국내도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더군다나,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코로나19 감염 재확산을 유발하지 않는 가운데 일상으로의 복귀 가속과 내수 경기 활성화 등 긍정적인 영향만 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우리 경제는 이제야 겨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단기적으로는 이런 회복세를 강하게 이어나가려는 정책적인 배려가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이런 경기 회복세가 강하게 지지된다면 완화적 금융통화 및 재정 정책 등과 같이 위기 극복을 위한 지금까지의 정책 기조도 점진적으로 정상화 과정을 밟아가면서 경기 안정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변종 바이러스가 생겨나고 확산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고의 위기 극복 전략이자 경기 대책은 방역이라는 점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당장의 목마름을 달래줄 샴페인은 좀 더 있다가 터트려도 된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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