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장 카인의 후예 ~

… 그는 유럽 연수를 마치고 돌아왔다. 환경부장관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전화를 공항에서 받았다. 아들과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아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아내는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냄새에 민감한 그는 향수와 방향제를 잔뜩 사왔다. 방향제를 하나 뜯어 차안에 비치했다.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자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 문 앞에 도착하자 냄새가 더 심해졌다. 집안에 악취가 진동했다. 신발들이 뒤엉켜 있는 현관에 스티로폼 박스가 눈에 띄었다. 그 속에서 축 처진 조기들이 악취를 발산했다. 그는 비린내를 싫어했다. 신혼 첫날, 생선을 굽던 아내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그가 출장 간 틈을 타 아내가 조기를 주문한 듯하다. 집안엔 아무도 없었다. 싱크대는 온갖 배달음식 쓰레기로 꽉 찼다. 악취가 지독했다. 썩은 조기와 음식물쓰레기를 갖다버렸다. 오물이 옷에 튀었다. 욕실로 들어가 벗은 옷을 세제 물에 담갔다. 냄새가 밴 변기와 타일을 락스로 닦았다. 거실 상황도 난장판이었다. 야구 배트가 부러져 있었다./ 아들은 벌써 고3이다. 언제 컸는지 모른다. 아내가 아들 얘기를 할 땐 과외비 낼 때뿐이다. 아내는 아들에게 매질을 하는 듯했다. 그는 아내를 수없이 때렸지만 아들을 때린 적은 없다. 아내에겐 무덤덤했지만 아들에겐 지극정성이었다. 출장 갔다 올 땐 아들 선물만은 챙겼다. 아들은 그 선물들 중에 스위스제 군용 칼을 제일 좋아했다. 아들이 들어왔다. 술 냄새가 코를 찔렀다. 누가 술을 먹이더냐고 묻자 아들은 쌍욕을 하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불현듯 아들이 사고를 쳐서 학교에 불려갔던 일이 생각났다. 아들이 친구의 코뼈를 부러뜨려 그가 대신 사죄하고 돈으로 해결했다. 아들은 방에서 연신 코를 풀었다. 아내를 닮아 비염이 심했다. 쓰레기통은 늘 코 푼 휴지로 가득 찼다./ 고약한 악취가 없어지지 않았다. 냄새를 따라갔다. 안방 욕실 문 주변 틈새가 실리콘으로 메워져 있었다. 원인을 제거할 생각은 않고 임시방편으로 실리콘을 쏜 것 같다. 아내에게 화가 치밀었다. 침실 쓰레기통이 눈에 띄었다. 뚜껑이 닫히지 않을 만큼 쓰레기로 가득 찼다.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비워냈다. 그 안에서 아내의 폰이 나왔다. 그 밑에 깔린 휴지엔 피가 묻어 있었다. 아들이 아꼈던 스위스제 군용 칼도 나왔다. 심장이 벌렁거렸다. 아들은 방에서 폰을 보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들의 행복한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청테이프를 꺼내와 화장실 문틈에 덧붙였다.…

자식 키우기 힘들다. 사랑으로 키우면 잘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식 사랑이 넘쳐서 문제다. 돈과 매로 키우는 방법은 버릇이 나빠지고 반발심을 키울 수 있다. 이것저것 적절하게 버무려 각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양육법을 상황에 따라 응용해야 한다. 결국 정답이 없다는 의미다. 이상적 인간상도 도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체적 방법론은 럭비공 비약이다. 바람직한 인간상을 이론적으로 그려낸다 한들 각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루묵이다. 금전만능주의가 판치는 개인주의 세상에 돈 잘 벌고 잘난 사람으로 키우려는 과욕이 낭패를 부른다. 그 욕망이 지나치거나 분수를 모르고 욕심을 앞세우다간 사달이 난다. 원인 없는 비극은 없다.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다.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크게 잘못된 것은 확실하다. 터지고 나면 감당이 안 된다.

오철환(문인)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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