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석봉
▲ 홍석봉
제1야당, 국민의힘이 내우외환에 빠졌다. 30대 당 대표의 리더십이 부른 위기다. 당 지도부가 서로 옳다, 그르다며 시비다.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진흙탕 싸움에 국민들이 고개를 가로 젖는다. 정권교체 가능성은 멀어져 간다. 국민의힘의 현주소다.

여론의 뭇매에 내홍(內訌)은 소강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하지만 불씨가 남아 있다.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른다. 원인 제공자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입을 닫았다.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자중하는 분위기다. 진즉에 그랬어야 했다. 모두 말이 부른 화(禍)다.

국민의힘의 내부 갈등은 상호 불신이 원인이다. 독자 행보를 꾀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경선 주인공을 노리는 이준석 당 대표의 이해가 맞부딪혔다. 거기다가 이 대표는 어리다고 무시하냐는 반발심도 내재돼 있는 것 같다. 결국 당내 입지를 확보하려는 시도가 사달이 났다. 근저에는 윤 전 총장의 기습 입당과 경선 토론회 참여를 둘러싼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당 대표의 미숙한 처신이 화근이 된 것이다.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자 당 내외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이대로 가면 정권 교체에 실패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내홍, 정권교체 멀어진다

이런 행태를 보고 20대 총선 당시 ‘옥새 파동’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당시 김무성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등 친박계의 당 대표 흔들기와 ‘진박 공천’에 반발, 당 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도주했다. 친박과 비박, 계파 싸움의 후유증은 컸다. 당시 새누리당은 180석도 가능하다는 선거판을 말아 먹었다. 결과는 122석에 그쳤다. 123석을 얻은 민주당에 원내 제1당 자리를 내줬다. 게다가 보수 텃밭 TK와 PK에서 2석과 8석을 빼앗겼다. ‘참패’다. 계파 싸움에 진저리를 낸 중도층이 등을 돌린 때문이다. 지금도 상황이 별반 차이가 없다. 국민들의 눈길이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시장 승리와 당 지지율 상승에 취해 다시 못된 버릇들이 튀어나왔다. 정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과욕을 불렀다.

야권 통합 실패도 국민의힘엔 치명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국민의힘과 합당 결렬 선언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이한 현실 인식이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에 고개 숙이고 들어오라는 식의 압력이 일을 그르쳤다.

이준석의 입이 너무 가볍다. 이준석의 포용력과 정치력 부재가 일련의 사태를 초래한 측면이 강하다. 당 대표는 당 내 화합을 이끌어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이 최대 목표일 터인데 말 싸움꾼이 돼 분란을 자초했다. 당 대표의 자질이 의심받는 이유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이명박, 박근혜, 원희룡, 홍준표 등 4명이 나왔었다. 당시 당 대표는 강재섭이었다. 강재섭은 당시 투명 인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때와 위치에 맞게 처신했다는 얘기다. 경선은 선수들의 무대가 돼야 한다. 하지만 이준석은 경선 방식에 입을 대는 등 존재감을 보이려고 했다. 속칭 ‘이준석 리스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당 대표 진중한 처신, 국민 신뢰 얻어야

지금 국민의힘은 자중지란에 빠져 집권 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반 문재인과 영남 지역주의에 매몰돼있다. 야권 통합 실패로 인해 중도 확장성에도 제동이 걸렸다. 당내 갈등과 분열,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는 국민의힘에 부담이다. 지지층이 등을 돌리는 요인이다. 공정과 정의만 내세우면 다 될 줄 알면 착각이다. 마법의 주문처럼 약발이 먹히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국민의힘 의원들은 줄 서기에 여념이 없다. 유력 대권 주자들이 입당과 함께 세를 불려나가자 의원들이 제각각 대선 주자 캠프로 달려가고 있다. 각자 도생이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족과 대선 주자들의 정책 비전 부재를 비판했다.

상처 입은 이준석 대표의 앞날이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얕은수는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진중한 처신과 언동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는 앞길이 구만리인 30대다.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을 생각, 당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 실수도 잦으면 실력이 된다.

홍석봉 논설위원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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