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은 보고 있다~

… 벤치는 공원에 있다. 공원은 벤치와 가로등만 설치해 둔 공터다. 낮 동안 노인이 누워있다 가곤 했지만 어느새 발길이 끊겼다. 한때 사랑을 나누던 연인도 있었다. 이젠 가끔 불량 청소년들이 소란을 피우다 가거나 길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릴 뿐. 저녁 무렵 괴물 탈이 나타났다. 끔찍한 모습이 친근하다. 어둠 속에서 도심 쪽을 바라본다. 그리움이 간절하다. 나도 찬란한 거리를 그리워 한 적이 있다. 늙었다고 그 거리에서 쫓겨났지만. 그곳을 그리워했지만 곧 마음을 바꾸었다. 괴물 탈은 그 주변을 서성이던 고양이와 놀았다. 괴물 탈이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그를 본 적이 있는 듯하다. 분위기가 그렇다. 친근함도 그 때문이리라. 그 거리의 어느 여름날, 그는 동물 탈을 쓰고 거리에 나타났다. 그 주위로 애들이 몰렸다. 가게엔 손님이 늘어났다. 그는 졸지에 명물이 됐다. 어느 날, 어떤 애가 탈을 벗기려고 했다. 어린이를 좋아했던 그였지만 신경질적으로 거부했다./ 괴물 탈과 고양이가 숨은그림찾기의 그림처럼 벤치에 앉아있다.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다고 푸념하며 고양이에게 중얼거렸다. 무시하고 싫어하며 괴롭히기까지 한다고 하소연한다, 학교도 그만두었단다. 고양이가 손바닥을 핥았다. 탈을 쓰면 사람들이 좋아한다나, 그래서 탈을 쓴다고 고백한다. 그가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탈을 벗어도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고양이를 품에 안았다./ 집을 짓기 위해 공원을 폐쇄한다는 안내판이 섰다. 창고에 처박히거나 폐기될 운명이다. 겨울 어느 날, 교복 차림의 학생이 괴물 탈 앞에 다소곳이 서 있다. 그는 때리려다 말고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다음 날, 그는 다른 학생과 함께 나타났다. 올 때마다 오줌을 누고 담배꽁초를 버리던 놈이다. 그 놈은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학생과도 함께 왔다. 그 학생은 노래를 잘 불렀다. 그 학생은 그의 어깨를 몇 번 두드리곤 돌아갔다./ 몹시 흐린 어느 날, 구청 직원이 인부들과 함께 나타났다. 걱정하던 날이 왔다. 그나마 비가 내려 수명이 연장됐다. 오후엔 눈이 내렸다. 그가 세 명의 학생과 나타났다. 한 학생이 노래를 부르자 그가 따라 불렀다. 두 명의 학생이 다소곳이 들었다. 그가 탈을 벗었다. 순한 얼굴이다. 두 학생의 태도가 돌변하더니 그에게 주먹질을 했다. 그는 공원에서 폭행을 당하던 친구였다. 계속 맞던 그가 괴물 탈을 쓰더니 반격을 가했다. 단숨에 두 놈을 제압했다. 눈이 그쳤다. 피로가 몰려와 눈을 감았다.…

왕따를 다시 깊이 생각한다. 괴롭히고 폭행하는 학생과 피해를 입는 학생에게 다 같이 관심과 애정을 쏟는 일이 절실하다.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부당한 박해를 받는 일은 없는지. 남과 다르다는 사실은 특별하다는 말. 특별한 그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주역이 될 수 있다. 성소수자와 장애인은 남다른 능력을 부여 받은 선택 받은 자일 수 있다. 사랑과 배려로 감싸준다면 인류의 빛이 될 지도 모른다. 인간은 겉모습에 사로잡혀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토끼의 탈을 쓰면 토끼같이 되고 괴물의 탈을 쓰면 괴물같이 되는 법이다. 그걸 안다면 겉모습에 사로잡힐 게 아니라 본모습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굳이 괴물 탈을 빌리지 않더라도 괴력을 낼 수 있다. 일체유심조, 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자신감을 갖고 용기를 내자.

오철환(문인)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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