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한 입으로 두말하는 자와는 함께 하지 마라’고 배웠다. 그런데 요즘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에게 이런 자들이 넘쳐난다. 오히려 기업가들은 신용을 중시해서 자기가 판 물건이 잘못되면 제조사나 판매사가 협력해 회수하고 고쳐주거나 보상을 해준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자 국가장으로 장례식을 치렀다. 그런데 지인들의 빈소에는 가끔 나타나던 문재인 대통령은 보이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주석, 기시다 일본 총리를 비롯해 베트남, 태국, 헝가리 등 각국 정상들이 조전을 보냈다. 그런데 영결식 때 발표되지 않았고, 유족은 조문을 온 주한 대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며칠 뒤 외교부는 조전은 받는 쪽에서 발표 여부를 결정하고, 특별한 규정이 없다며 얼버무렸다. 한편 2년 전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여사의 사회장이 있었다. 그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조전과 조화를 당시 청와대 안보수석이 판문점까지 가서 받아와 즉시 발표했다. 그는 지금 외교부 장관이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가 열렸다. 원래 유럽 각국은 탄소배출 감축에 적극적이었지만, 대량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은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인류 공통 위기인 기후변화 앞에서 모처럼 미·중 양국이 감축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이미 문대통령은 탄소배출을 2040년까지 40% 줄이겠다고 했다. 이전보다 14%를 더 줄인다는 것이다. 정부가 탈 원전을 선언하고 탄소배출 규제마저 강화하면 기업인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아우성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이 탄소 감축을 위해 향후 15년 내 최소 150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브라질도 원전 건설에 동참했고, 일본도 후쿠시마 사고에도 불구하고 원전 확대를 결정했다. 탈 원전을 고수하겠다는 문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밝힌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나 국민이 바라는 원전 재개는 일구이언(一口二言)보다 중하다.

최근 요소수 대란으로 화물차, 소방차마저도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 97%를 수입하던 중국이 석탄 사용 감축으로 요소 생산이 줄자 자국 농업에 필요하다며 수출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다급해지자 일본, 미국에서 직접 구매하는 이도 생겨났고,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반을 가동했다. 호주에서 요소수 2만7천t을 특별기로 공수해오고, 베트남에서 요소를 수입하기로 했다. 또 중국 세관에 묶여있던 물량을 신속히 수입할 수 있게 돼 급한 불은 껐다. 2년 전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제한 소동이 떠오른다. 그때 정부는 ‘죽창가’와 ‘NO JAPAN’을 부르짖으며 일본에 거칠게 항의했다. 대신 소재·부품·장비 자립을 꾀해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다. 함께 추진했던 수입선 다변화가 이뤄졌더라면 이번 사태는 없었으리라 본다. 또 중국에 대해서도 ‘NO CHINA’ 보다 대화가 효과적이었다.

여기서 한중일 3국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자. 3국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도도 높다. 문화적으로 모두 한자문화권이지만, 최근 한국의 대중문화 K-POP, 드라마가 일본과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반면 정치, 군사적으로는 다소 불편한 긴장 관계다. 관광교류도 활발하다. 코로나19 이전에 중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관광객이 가장 많을 때도 있었다. 중·일 관광객이 방한외래객의 3분의 2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적 교류가 거의 중단됐다가, 최근 서서히 재개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한중일 3국의 입국 절차는 유럽, 미국, 동남아에 비해 까다롭다. 백신접종 확인서는 필수이고, 사전 PCR 음성 확인서 혹은 즉석 간이검사를 선택하도록 하는 등 안전은 확보하되 간편하게 만들자. 그래야 미주, 유럽, 동남아와 경쟁할 수 있다. 아무튼 사람들이 오가고 만나면 친해지게 된다. 서로를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자. 그럼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 분위기가 마련된다.

바야흐로 여야 후보가 결정되고 대선 경쟁이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제 공과는 분명히 따져야 하겠지만, 불필요한 인신공격은 피하자. 국민을 위한 실천가능하고 미래지향적 정책과 동북아를 비롯한 국제협력 방안에 대해서 심도 있게 다뤄보자. 그리고 한 입으로 두말은 말자.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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