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주식 부부가 설을 앞둔 지난달 31일 구순이 넘은 어머님이 요양을 하고 계시는 칠곡군 동명면 ‘성모애덕의집’을 방문, 유리문 넘어로 세배를 드린 후, 건강을 묻고 있다.
▲ 정주식 부부가 설을 앞둔 지난달 31일 구순이 넘은 어머님이 요양을 하고 계시는 칠곡군 동명면 ‘성모애덕의집’을 방문, 유리문 넘어로 세배를 드린 후, 건강을 묻고 있다.
“유리문 넘어 계시는 어머님께 세배만 드리고 손 한번 잡아드리지 못해 가슴이 미어집니다.”

최근 설 명절을 맞아 부인과 함께 칠곡군 동명면의 ‘성모애덕의집’에 면회를 다녀온 정주식(63) 씨는 답답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구순을 훌쩍 넘긴 어머니 김남례씨가 이곳에 사실상 감금돼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설 연휴를 맞아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양로원을 찾았지만,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소기의 목적을 거두지 못했다. 대신 성모애덕의집 면회실에 마련된 돗자리와 방석에서 유리문 너머 어머님께 세배를 드렸다.

백발의 어머니 김씨는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올해도 건강 또 건강해야 한다”며 아들 부부에게 새해 덕담을 건넸다.

이들 모자에게 허락된 설은 여기까지였다. 식사는 물론 손을 잡고 서로의 온기도 느끼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정씨는 “설이면 어머님께서 늘 만들어 주셨던 떡국이 생각난다”며 “아버지 차례를 지내기 위해 집에 오시고 싶어 하실 어머님 마음을 생각하니 죄 짓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다섯 번째 맞는 명절이지만, 여전히 대면 면회가 금지되면서 자식들의 애절한 사모곡이 잇따르고 있다.

이금미 성모애덕의집 사무국장은 “코로나 이전에는 설 연휴가 되면 많은 어르신이 외출과 외박을 나갔지만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부모님께 자주 전화를 걸어 영상통화를 자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했다.

자녀뿐만 아니라 입소해 있는 부모들의 스트레스도 크다.

칠곡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명절이 다가오면 단절감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짜증을 내고 고함을 치는 어르신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칠곡에는 요양원 25곳, 양로 시설 4곳, 요양병원 4곳 등에 1천여 명이 입원 또는 요양하고 있다. 군은 코로나가 재확산되자 일시 허용했던 대면 면회를 전면 금지하고 상시 점검반을 편성해 현장 지도 감독에 나서고 있다.

또 방역 활동을 강화하고 시설종사자를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부모님께는 자식이 특효약이지만 이번 설에는 전할 수 없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코로나 종식을 통해 가족의 정이 다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임철 기자 im72@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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