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일(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특임부총장)

우리가 살고있는 대한민국은 우리의 영토이고, 후손들이 살아가야 하는 땅이다. 이 국가를 보존하고 수호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목숨을 걸고 싸웠다. 우리 역시 헌신적으로 이 땅을 지켜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일제때 이 땅의 모든 사람이 국가수호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일부 친일반민족행위자는 우리 땅과 민족을 일제에게 넘겨주는데 일조 함으로써 우리 선조가 필설로 다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겪었다. 그래서 2004년 3월22일 다시는 이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고자, 친일반민족행위의 진상을 규명해 역사의 진실과 민족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고 이를 후세의 교훈으로 삼고자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뒤이어 2005년 12월29일 일제 식민통치에 협력하고 우리 민족을 탄압한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축재한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고 정의를 구현하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며 일제에 저항한 3·1운동의 헌법이념을 구현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친일재산귀속법)을 제정했다.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친일재산)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국권침탈이 시작된 1904년 2월8일 러·일전쟁 개전시부터 1945년 8월15일까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하거나 이를 상속받은 재산 또는 친일재산임을 알면서 유증·증여를 받은 재산이다. 그래서 아예 위 기간 동안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취득한 재산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추정한다고 하는 의제규정을 두었다. 그런데 이 친일재산은 그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시에 이를 국가의 소유로 하지만,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고 하는 예외규정을 두었다. 친일재산귀속법에 대해서는 위헌심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위헌이 아니라고 이미 선언한 바 있다.

최근 친일재산의 행방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다고 한다. 친일반민족행위자가 1917년에 취득한 친일재산인 토지를 후손이 1957년에 상속을 했는데, 이후 후손이 위 토지에 대해 저당권을 설정했다가 1996년에 제3자인 은행에게 경락됐다고 한다. 그 후 후손이 제3자인 은행으로부터 다시 위 토지를 매수했고, 이에 국가가 후손을 상대로 친일재산이라고 하면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제1심 법원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상속인이라도 정당한 대가를 내고 재산을 취득했다면 제3자로 봐야 한다고 해 후손의 손을 들어주었다. 최근에 항소심이 선고됐는데, 위 토지는 경매를 거쳐 제3자인 은행에 소유권이 넘어갔고, 위 은행은 친일재산이란 점을 모른 채 경매에서 금액을 납부하고 소유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했다. 국가가 요구하는 소유권이전등기는 후손과 제3자 은행 명의의 소유이전등기말소등기에 갈음하는 것이어서 제3자 은행이 취득한 권리를 해하는 결과가 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해 후손의 손을 들어주었다.

형식적 법리로 따진다면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친일재산이라고 하더라도 국가 소유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제1심이나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일단 수긍할 수 있다. 그래서 친일재산을 선의의 제3자가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경우에는 국가라고 할지라도 그 제3자에게 친일재산이라고 하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당해 법조문의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제3자의 범위에는 친일반민족행위자나 그 후손은 제외된다고 보는 것이 친일재산귀속법의 근본 취지이면서 헌법 전문에 3·1운동을 명시한 취지라고 봐야 한다. 거래 안전이라는 민법적 이념보다도 국가 수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우회해 편법적으로 훼손하면 민법 뒤에 숨더라도 용인할 수 없다. 선의의 제3자에게는 친일재산의 색채가 일시적으로 사라지지만,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후손이 자기가 소유했던 종전 친일재산을 다시 취득한다면, 친일재산의 본래의 속성은 현출돼 다시금 국가가 회수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국가를 배신한 것을 영원히 잊어서는 안되고, 매국으로 얻은 재산은 절대로 회수돼야 한다.

배병일(영남대학교 특임부총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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