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일(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특임부총장)
최근 친일재산의 행방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다고 한다. 친일반민족행위자가 1917년에 취득한 친일재산인 토지를 후손이 1957년에 상속을 했는데, 이후 후손이 위 토지에 대해 저당권을 설정했다가 1996년에 제3자인 은행에게 경락됐다고 한다. 그 후 후손이 제3자인 은행으로부터 다시 위 토지를 매수했고, 이에 국가가 후손을 상대로 친일재산이라고 하면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제1심 법원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상속인이라도 정당한 대가를 내고 재산을 취득했다면 제3자로 봐야 한다고 해 후손의 손을 들어주었다. 최근에 항소심이 선고됐는데, 위 토지는 경매를 거쳐 제3자인 은행에 소유권이 넘어갔고, 위 은행은 친일재산이란 점을 모른 채 경매에서 금액을 납부하고 소유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했다. 국가가 요구하는 소유권이전등기는 후손과 제3자 은행 명의의 소유이전등기말소등기에 갈음하는 것이어서 제3자 은행이 취득한 권리를 해하는 결과가 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해 후손의 손을 들어주었다.
형식적 법리로 따진다면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친일재산이라고 하더라도 국가 소유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제1심이나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일단 수긍할 수 있다. 그래서 친일재산을 선의의 제3자가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경우에는 국가라고 할지라도 그 제3자에게 친일재산이라고 하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당해 법조문의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제3자의 범위에는 친일반민족행위자나 그 후손은 제외된다고 보는 것이 친일재산귀속법의 근본 취지이면서 헌법 전문에 3·1운동을 명시한 취지라고 봐야 한다. 거래 안전이라는 민법적 이념보다도 국가 수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우회해 편법적으로 훼손하면 민법 뒤에 숨더라도 용인할 수 없다. 선의의 제3자에게는 친일재산의 색채가 일시적으로 사라지지만,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후손이 자기가 소유했던 종전 친일재산을 다시 취득한다면, 친일재산의 본래의 속성은 현출돼 다시금 국가가 회수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국가를 배신한 것을 영원히 잊어서는 안되고, 매국으로 얻은 재산은 절대로 회수돼야 한다.
배병일(영남대학교 특임부총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