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원 드망즈홀 관장 등 지역문화인 10여 명 대구시청서 시위 ||“대구시민의 예술 향유권

▲ 20일 낮 12시께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베토벤 9번 교향곡 검열, 연주 금지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구아영 기자
▲ 20일 낮 12시께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베토벤 9번 교향곡 검열, 연주 금지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구아영 기자
“문화도시인 대구의 시민의 예술 향유권을 박탈한 것에 대해 비통한 심정이다. 대구시 종교화합자문위원회의 극단적 종교 편향 판정을 규탄한다.”

20일 낮 12시 CGV 대구한일 앞에서 ‘베토벤 9번 교향곡 검열, 연주 금지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박수원 오르가니스트 겸 드망즈홀 관장을 비롯한 김종성 전 대구예총 회장, 안재휘 대구클래식아카데미 회장 등 클래식 애호가와 지역 음악인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CGV 대구한일 앞을 시작으로 2·28기념중앙공원, 공평네거리, 대구시청 동인청사 순으로 행진하며 공연금지 조치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박수원 오르가니스트는 “화합이나 공익을 명분으로 사상이나 종교적 성향을 검열하는 것은 본래 불가능한 일이다. 이는 오히려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뿐”이라며 “공연 금지 조치를 철회하라. 이는 대구 시민의 문화 향유권을 제한한 불미스런 상황을 방치한데 대한 사과의 표현이며 미래에 대한 개선 의지의 표현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안재휘 대구클래식아카데미 회장은 “21세기 문화도시인 대구에서 음악적 자유가 없는 것에 통탄한 심정”이라며 “‘종교 편향’이라 한다면 전통 공연도 공연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종교 간의 갈등을 통합하는 위원회가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만장일치제인 ‘종교화합자문위원회’의 검열 통과 조건을 두고, 변경할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박 오르가니스트는 “‘종교화합자문위원회’의 자문 위원들이 어떤 전문성에 기인해 무슨 근거로 검열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자료가 전무하다”면서 “위원회는 익명성을 방패로 삼아 세계적으로 시대를 초월해 검증된 예술 작품의 가치를 너무 쉽게 폄훼했다”고 호소했다.

한편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립합창단은 다음달 1일 수성아트피아 재개관 기념 공연에 초청돼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연주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곡은 대구시립예술단이 거쳐야 하는 만장일치제 방식의 대구시 종교화합자문위원회에서 ‘종교 편향’된 곡이라며 단 1명이 반대해 공연이 금지됐고, 지역 음악인들의 불만을 샀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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