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제로베이스로 돌아가야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대구시의사회는 3일 ‘민주당 간호법 입법 독재 규탄대회’를 갖는 한편 ‘보건복지의료연대 총선기획단 대구·경북지역본부’를 출범시켰다. 앞서 의료연대는 전국 연가 투쟁을 예고했는데, 지역에서도 동참할 듯하다. 연가 투쟁은 13개 보건의료단체 임원 위주여서 지역 의료현장의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허나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 파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현 상황은 간호법을 반대하는 의료연대가 단체행동으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두 명의 여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실제론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통과시킨 것이나 진배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할 근거는 충분하다. 대통령이 문제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한다면 의료연대의 목소리는 잠잠해질 터이지만 간호업계의 반발을 촉발할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아닌 게 아니라 간호사협회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총파업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간호법은 고령화로 인해 간호 인력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자격 등을 별도의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의된 법이다. 전문화된 다양한 간호 인력의 역할 및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간호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허나 의사협회는 지역사회에서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가능하게 하는 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간호조무사협회도 간호조무사 시험의 응시자격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진퇴양난이다. 양쪽 이익단체가 극단적인 단체행동을 예고하는 상황이라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낭패불감의 난감한 처지다. 이해관계자 수나 사회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단연 의료연대의 손을 들어주어야 하겠지만 그러한 결론이 정의롭고 올바른 것이라고 단정하긴 힘들다. 간호법이 국민 건강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국민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맞는다.

공정한 절차를 통해서 발생한 결과가 정당하다는 절차적 정의가 받아들여진다면 떳떳하지 못한 절차로 제정된 법이 반드시 정당하다고 할 순 없다. 충분한 숙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된 간호법이 정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재의할 기회를 주는 방법이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 간호법 논란이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밥그릇 싸움이 돼선 안 된다. 서로 한발 물러서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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