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천장날인데 손님이 없고 이상고온에 과일, 야채들이 썩고 있어 다 버려야 할 판입니다.”

2일 예천전통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권모씨(60대)는 “날씨가 너무 더워 장사가 안 되는 수준이 아니라 하나도 안 팔리는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권씨는 “폭염에 휴가철이 겹쳐 이전보다 발주량을 20%가량 줄였다“며 ”날씨가 너무 더워 밖에 내놓기보다는 냉장고에 넣어두고 납품만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복숭아는 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싱거워지고 맛이 없어진다”면서 “맛없는 과일을 팔았다간 욕을 먹는데 팔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권씨뿐 아니라 과일·야채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제때 팔아야 손실을 피하는데 연일 계속되는 이상고온에 장사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예천상설시장 역시 한산했다. 가게 문을 열지 않거나 일찍 장사를 접는 상인들이 많았다.

예천 상설시장에서 야채상을 하는 김모씨(50대)는 “장사가 완전 제로”라며 “정부가 매일 문자로 폭염경보를 보내며 집에 있으라고 하는 영향도 큰 것 같다. 이대로라면 장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고 호소했다.

▲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감소와 장마·무더위로 한산해진 예천 상설시장 모습.
▲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감소와 장마·무더위로 한산해진 예천 상설시장 모습.
30여 년 동안 건어물 장사를 해오고 있는 구모씨(70대)는 “가뜩이나 불경기인데 역대급 폭우피해와 폭염이 겹쳐 장사를 계속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IMF 때도, 코로나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탄했다.

아예 기록적인 폭염에 가게 문을 열지 않거나 문을 열더라도 일찍 접고 들어가는 상인들이 부지기수였다.

상설시장에서 국밥장사를 하는 박인철씨(57)도 “코로나 때 손님들이 확 줄었는데 계속되는 불볕더위에 손님이 아예 뚝 끊겼다”면서 “상인들이 하나둘 장사를 접으면서 시장이 휴점인 것 같은 분위기”라고 안타까워했다.

매대를 정리하던 한 상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게 문을 열었지만 역시나 였다”며 “장사를 아예 접은 곳도 있고 오전에 잠깐 나왔다가 들어간 상인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 손님의 발길이 뚝 끊어진 예천상설시장 모습.
▲ 손님의 발길이 뚝 끊어진 예천상설시장 모습.
상설시장·중앙시장 등은 아케이드로 천장이 막혀 있는 구조 때문인지 뜨거운 공기 때문인지 한증막 같았다. 일부 점포는 에어컨과 선풍기를 가동했지만, 상인들의 더위를 일시적으로 식혀줄뿐 장을 보러온 손님은 한증막에 들어온 듯한 열기를 견뎌야 했다.

건어물상 김모씨(70대·여)는 “요즘엔 젊은 사람뿐 아니라 나이가 든 사람들도 에어컨을 좋아하는데 시장은 에어컨을 놓을 형편이 안 되다보니 손님이 더 안 오게 됐다”면서 “지난 여름엔 선풍기도 1대였는데 올여름은 너무 더워 1대를 더 들였지만 덥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 무더위로 손님이 없어 한산한 예천 중앙시장 모습.
▲ 무더위로 손님이 없어 한산한 예천 중앙시장 모습.


권용갑 기자 kok9073@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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