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찾아오는 누군가를 위해서 이야기를 남겨놓은 화본

▲ 화본마을 전경
▲ 화본마을 전경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 ‘추억과 예술이 만나는 곳’, ‘세월도 비켜간 동네’, ‘1박 2일도 두 번 다녀간 곳.’

군위군이 대구시로 편입된 후 다시금 전성기를 맞은 마을이 있다. 바로 대구시 군위군 산성면의 화본마을이다.

화본마을도 여느 시골마을과 마찬가지로 노령화와 인구감소로 쇠락을 길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2011년 군위군에서 시작된 화본역 그린스테이션 사업, 화본역 지역명소화사업을 시작으로 화본마을은 전국적인 체험․휴양마을로 변신했다. KBS 예능 ‘1박2일’에 두 차례 소개되면서 전국에서 추억을 찾아, 먹거리를 찾아, 마음의 고향을 찾아, 매년 수십만 명이 화본마을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대구 편입으로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고 있어 화본마을 주민들은 손님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여름의 끝자락, 화본마을로 매력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만 원의 행복이 가능 한 곳

대구 도심에서 자가용을 이용하면 1시간이면 충분히 화본마을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다. 군위가 대구시로 편입됐다는 것을 더욱 확실하게 느끼면서 경제적인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대구 편입 후 군위군 주민들이 가장 피부로 와닿는 변화인 급행버스 9-1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대구 북구 팔거역에서 1시간이면 화본역 정류장에 도착한다. 하루 네 차례 운행되며 요금은 대구시내와 같은 1천650원이다.

두 번째는 영천역에서 하루 두 차례 운행되는 추억의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왕복 요금 1만 원 남짓으로 무궁화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구 편입기념으로 패키지형으로 운영하고 있는 대구시티투어 ‘군위투어’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매월 20일에 열리는 대구시티투어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성인 1만 원, 중고생 8천 원, 경로·어린이 6천 원에 화본마을을 포함해 온 종일 군위군 투어를 한껏 즐길 수 있다.

◆마을 전체가 시간여행을 온 듯한 곳

화본마을에 도착 후에는 가장 화본스럽게 즐길 차례다.

가장 먼저 관광객을 반기는 것은 일연스님과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벽화이다. 빛이 바래 더욱 정겨운 벽화와 블록 담장은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벽화마다 속삭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에 왔음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벽화를 따라 조금 걷다 보면 폐교된 산성중학교를 추억의 장소로 되살린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란 체험형 박물관이 있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당장이라도 뛰어나올 것 같은 가벼운 오르막을 지나 운동장에 도착하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여전히 흘러넘치는 체험시설과 포토존을 볼 수 있다. 한 켠에는 ‘뽑기’라고도 불리는 달고나 만들기 체험을 비롯한 주전부리가 있다. 달고나로 당 충전을 한 후에는 몸으로 놀아본다. 그 시절 넓은 운동장에 금을 그어놓고 해지는 줄 모르고 구슬땀을 흘리던 오징어게임, 사방치기, 땅따먹기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중학교 모자 조형물이 있는 중앙현관으로 입장하면 본격적으로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1960~197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낡은 골목길 나무 미닫이문이 있는 만화방, 물조리개로 머리를 감겨주는 이발관, 연탄가게, 사진관, 화장실, 교실 등을 익살스럽고 디테일하게 재현해 놓아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한다. 그 외에도 한 번쯤 봤음 직한 옛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100원이면 주머니가 불룩하던 추억의 간식들, 끝판 대장과의 한판 전자오락실, 국민의 발이 돼주던 포니, 줄을 서서 소식을 전하던 공중전화가 그 것이다.

◆고향의 인심이 넉넉한 먹거리로 남아 있는 곳

추억은 아무리 먹어도 살은 찌지 않지만 배도 부르지 않다.

그러니 화본마을과 추억의 박물관을 둘러보았다면 여행자들의 빈속을 채워주던 간이역의 주변의 정겨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도 좋다.

분홍 소시지가 들어있는 추억의 도시락, 화본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화본국수, 세대를 가리지 않는 주전부리 호떡, 탄수화물의 보물창고 찹쌀 꽈배기, 그리고 구 산성초등학교 느티나무 그늘아래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은 놓치기 아까운 여행의 포인트이다. 각종 체험방과 영화 리틀포레스트를 촬영한 역전상회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추억의 간식을 맛봐도 좋겠다.

◆2025년 추억을 남기고 떠나는 곳

▲ 화본역
▲ 화본역
▲ 화본역
▲ 화본역
화본역은 1936년 완공돼 1938년부터 역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화본역을 방문하면 기차를 타지 않더라도 입장권을 끊어 승차장으로 들어 갈 수 있다. 급수탑까지 가는 길에는 각종 들꽃들이 피어있고 닿을 듯 닿지 않은 두 레일 끝으로 푸른하늘 이어지고 증기기관차를 닮은 구름이 언제부터였는지 느릿느릿 달리고 있다.

화본역 급수탑은 1899년부터 1967년까지 우리 국토를 달리던 증기기관차의 역사적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시설인데, 1950년대 디젤기관차가 등장하기 전까지 급수탑에 저장한 물을 증기기관차의 열을 식히는데 사용하는 아주 중요한 시설이었다 한다.

주변 논밭의 농촌풍경은 저마다 열매를 맺기 위해 분주한 듯 서두르지 않는 모양이다. 아기자기한 소공원과 객차를 개조해 만든 ‘레일카페’는 지나가는 무궁화호 열차를 보며 추억의 담소를 나누기에 적당하다.

역이 개통되고 지금까지 85년동안 주민들의 발이 되어온 화본역은 1990년대 자가용이 대중화되기 전까지는 책임이 더욱 막중했다. 영천, 안동, 대구 등지로 장을 보고, 물건을 내다 팔고, 학업을 이어가게 해주는 고마운 출발역이자 종착역이었다. 또 영화 리틀포레스트의 한 장면처럼 만남과 헤어짐이 있고, 못 다한 이야기가 아직도 칸칸이 줄을 서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앙선 화본역은 현재 하루 상하행선 세 차례씩 무궁화호가 정차하는 간이역이지만, 2025년 중앙선 복선전철 개통과 동시에 폐쇄 예정이다. 이후에도 찾아주는 이들이 있는 한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서 여행자들의 동반자가 돼줄 것이다.

◆군위군 관광진흥팀 윤나현 주무관

“시골 작은 마을에서 군위군 최고의 관광지로 탈바꿈 했어요.”

군위군 관광진흥팀 윤나현 주무관은 화본마을을 두고 “어른들에겐 옛 추억의 향수와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겐 시골의 아름다운 정취와 매력에 빠질 수 있게 해줍니다”고 말했다.

화본마을은 마을 동쪽의 조림산을 두고 ‘산은 꽃의 뿌리와 같으므로 꽃의 근본이다’라는 뜻의 ‘산여화근고화본’이라고 명명한 것에서 이름이 유래 됐다.

윤 주무관은 ‘꽃의뿌리’ 그 뜻만큼 아름다운 화본마을은 다양한 관광지로 가득 차 있다고 자랑했다.

누리꾼들이 꼽은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 ‘화본역’과 단단함과 웅장함이 느껴지는 ‘급수탑’ 어른들의 어릴적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체험박물관 ‘엄마아빠어렸을적에’ 마을 곳곳에 있는 아름다운 벽화까지 엄마아빠 손을 잡고 방문한 아이들과 서로의 손을 잡고 방문한 연인들. 서로 다양한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화본마을은 2001년 ‘화본역 그린스테이션 사업’과 ‘지역 명소화 사업’에 선정된 이후 마을길 벽화, 화본역 정비와 철도관사 리모델링, 폐교(전 산성중학교)의 근현대사박물관화 등을 통해 연간 수십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경북지역의 대표적 체험·휴양마을’로 자리매김 했다고 밝혔다.

윤 주무관은 “시골의 조그만 마을이었던 화본 마을은 그 아름다운 풍경과 다양한 체험 및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군위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가 됐다”며 “화본역이 폐쇄 되기 전에, 무궁화호와 함께 추억여행을 떠나보는건 어떨까요”라고 물었다.



배철한 기자 baec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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