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의 우리술 이야기〈39〉||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대구와 대구 인근 지역에서 규모가 작은 막걸리양조장이 하나 둘 들어설 모양이다. 대구와 가까운 경남지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이 있다. 지금 현재 양조장 설비를 들이고 있는 곳도 있고, 양조장 설립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는 곳도 몇 곳 있다.

이는 전통주 교육 정규반을 운영하면서 수료생들이 실제로 준비하고 있는 걸 이야기하는 것이어서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몇몇 분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중에는 30대 젊은 연령대도 포함되어 있어 이제 서울과 수도권에 이어 젊은층의 양조장 창업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에서 뿐 아니라 생산 측면에서도 전통주 붐이 지역으로 번져 나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전통주 시장이 이미 잘 알려져 있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시장인 레드오션(Red Ocean)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경쟁자가 없는 시장인 블루오션을 지났다고 보는 것이다.

하긴 그럴 만도 하겠다. 십여 년 전부터 서울에선 전통주 교육기관마다 술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넘쳐나 오랜 기간 대기를 해야 등록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들 대부분이 젊은층이라는 것도 특징적이었다. 게다가 소규모로 양조장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비교적 초기부담 없이 소자본으로 창업을 하려는 젊은층이 창업시장으로 몰리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2~3년 내에는 생산규모가 적은 신생양조장이 서울, 경기, 강원권에 집중적으로 설립되었다.

국세통계포털 2022년 자료를 보면 소규모주류제조면허를 취득한 곳은 전국적으로 359곳이다.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대구는 9곳, 경북은 22곳이다.

통계만 보더라도 대구지역의 주류트렌드가 서울에 비해 늦은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주류트렌드는 20, 30대 젊은 여성층이 이끌어간다고 알려져 있다. 서울의 경우 주류트렌드를 이끄는 이들 연령대는 수제맥주를 거쳤고, 하이볼을 지났으며 이제 전통주를 마시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전통주도 한 병에 수 만원을 하는 프리미엄 급을 주로 마신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곳곳에 있는 막걸리바에서 판매하는 술의 가격을 보면 2만~3만원대부터 8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대구는 어떨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구는 지난해부터 하이볼 시대로 접어들었다. 삼겹살을 주로 판매하는 식당에서도 하이볼을 술 메뉴로 내놓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처럼 대구가 아직 본격적으로 전통주 시장으로 접어들었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서울에선 활황인 막걸리바가 대구에선 아직 소비자 곁으로 다가서지 못한 것도 그 이유다.

하지만 전통주 활성화는 대구지역에서도 곧 시작될 듯하다. 대구 도심에서도 이제 지역특산주 허가를 낸 전통주양조장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생산한 전통주를 바로 옆 매장에서 맛있는 안주와 함께 판매를 하기도 하고, 이곳에서 막걸리만들기 교실과 같은 교육도 진행하며, 전통주 시음회 등을 하면서 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곁들이는 자리까지 마련하는 복합문화공간이 될 듯하다. 양조장이 단순히 술만 생산하는 곳이란 인식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이런 공간이 경북지역 두 곳과 대구 인근 경남지역에도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전통주 시장이 레드오션인지 아닌지는 양조장을 운영하는 사람의 마인드에 달린 것 같다. 애초에 블루오션이 발상의 전환으로 찾은 틈새지장 아니었던가. 혹 전통주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에 접어들었다 하더라도 새로운 가치의 시장을 만들어내어 퍼플오션(Purple Ocean)으로 변화시킬 가능성도 많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 뛰어든 젊은층은 새로운 시도로 우리술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다양한 부재료를 사용하기도 하고, 막걸리 발효에 맥주 효모를 사용해 새로운 맛을 내기도 하고, 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가면서 자신들만의 블루오션을 개발해내고 있다.

이제 대구경북에도 많은 젊은층이 전통주 양조장 설립에 뛰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이 앞으로 우리술의 맛과 향을 더 많이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알리기도 할 것이다. 이런 작은 양조장을 중심으로 전통주가 소비자와 한층 더 가까워지고 사랑받을 수 있길 바란다.

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김광재 기자 kj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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