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병원 입원 병상 가동률 97%…“다 받을 수 없는 실정”

▲ 26일 대구의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앞에 중증 응급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명규 기자
▲ 26일 대구의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앞에 중증 응급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명규 기자
“상급종합병원에서 입원환자를 2차 병원으로 전원시키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요. 상급병원이 입원 중인 환자를 2차 병원으로 옮기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만큼 상급병원의 의료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26일 대구 시내의 한 종합병원(2차 의료기관)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상급병원에서 입원 중인 환자를 받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병원의 입원 병상 가동률은 97%. 응급환자도 최근 20%가량 늘었다.

대구의 다른 2차 종합병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입원환자의 전원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데 빈 병상 수가 부족해 다 받을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119구급대를 통해 이송되는 응급환자도 이달 초보다 1.5배 늘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상급종합병원을 떠난 지 일주일. 대구의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90% 가량이 사직서를 내고 지난주부터 진료를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등 6개 대구지역 수련병원은 현재 중증·응급환자 위주로 진료를 하고 있다.

이에 상급종합병원에 가지 못한 환자들이 몰리고 있는 일부 2차 병원은 과부하에 걸릴 위기에 놓여있다. 전원한 환자들까지 받고 있는 2차 병원 중 일부는 중환자실도 가득 들어차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으로 환자 수용에 어려움을 겪는 상급종합병원 한산해진 반면, 2차 병원이 북적이는 것이다.

응급환자를 실은 119구급대와 사설 응급환자 이송업체도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이들은 상급종합병원보다 2차 병원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8시부터 26일 오전 10시까지 발생한 병원 재이송 건수는 13건이다. 대부분 구급대가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지만 병원이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전원을 요청해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된 경우다.

소방관계자는 “응급환자 경우, 환자 수용이 가능한 병원을 사전에 파악한 뒤 이송을 하고 있어 ‘응급실 뺑뺑이’를 도는 사례는 없었다”고 전했다.

26일 오전 포항에서 환자를 싣고 대구의 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왔다는 사설 응급 이송업체 관계자는 “환자가 대구의 대학병원으로 가자고 해서 일단 왔는데, 의료진이 부족해 받을 수 없다는 병원 측의 설명을 들었다”며 “환자를 설득해 2차 병원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한 병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응해 더 많은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2차 의료기관이 있기 때문에 환자가 진료를 받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더 이상 환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정부와 의료계가 시급히 절충안 마련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김명규 기자 km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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