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춘모 작가가 리안갤러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층 전시 전경.

고향인 영양의 밭고랑에서 영감을 받은 ‘부조회화’ 시리즈로 전국을 넘어서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남춘모 작가의 개인전이 개최된다.

리안갤러리 대구가 다음달 27일까지 남춘모 작가의 개인전 ‘From the Earth’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선’ 자체로 공간을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변주로서 제작한 대형 설치 작업과 신작 회화 총 13점을 볼 수 있다. 부조회화 시리즈부터 모던하고 세련된 획의 스트로크 페인팅, 작가의 공간과 구성에 대한 시작점이 되는 설치 작업 및 작년부터 선보인 ‘From Lines’ 등으로 구성된다.

1층 전시장 벽면에는 9m에 가까운 대형 작업을 볼 수 있다. 9m 층고의 갤러리 공간에 맞게 연출한 것으로, 눕혀서 전시했을 때와는 또다른 장엄한 기운을 뽐내고 있다. 이 대형 작업은 작가가 유년기를 보낸 산골 마을 영양의 비탈진 밭고랑을 직관적으로 연상시킨다. 평면으로부터 분리해 나열한 입체적인 선들이 빛과 그림자를 만나 공간에 새로운 긴장감을 부여하고 있다.

같은 층에서 볼 수 있는 일명 ‘흙’ 작업으로도 불리는 ‘From Lines’ 시리즈도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청도의 폐교에서 작업할 때부터 구상하던 것을 실현한 작품으로, 땅을 거푸집 삼아 합성수지를 굳힌 후 그 틀을 작품으로 마무리해 땅의 형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기존 캔버스에서만 선보이던 각양각색의 선들을 추가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또 신작 스트로크 페인팅에서는 선의 또다른 방식으로 선이 중첩된 콜라주 라인 위 빠른 붓질에 흘러내린 물감 자국이 더해지면서 풍부한 화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2층에 전시된 설치 작업은 회화의 근원에 대한 남춘모 작가 특유의 강단 있는 탐구를 보여준다. 선대 작가들의 선을 활용한 여백과 공간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받은 영감을 독립적인 선 그 자체로 풀어내 회화적 재미와 순수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엇갈리면서도 압축적으로 배치한 다양한 선이 공간에서 자리한 위치에 따라 어떻게 변모해 가는지를 탐구할 수 있다.

1층 리안갤러리 전시장에 놓인 9M 규모의 대형 설치 작업.

또 부조회화 ‘ㄷ’형의 수십 개를 캔버스 위에 반복적으로 붙여 수직, 수평의 골조로 공간을 만들고 아크릴 물감을 칠해 완성하는데,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신작에서는 일부 ㄷ형의 윗부분을 잘라낸 시도로 새로운 선을 추구하면서 선의 입체감과 율동감을 더한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남춘모 작가는 “제 작업은 평면이 아닌 ‘부조회화’로서 빛과 공간이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하는데 신축된 리안 공간과 잘 맞아떨어져 신작들이 더욱 빛을 발휘하고 있다”며 “9m 길이의 대형 작업과 2층 남향 빛을 받아들이는 작업이 주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리안갤러리 곽지윤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선의 시각화’라는 화두 아래 작업을 지속해 온 작가의 지속적인 실험과 그 근원, 탐구의 결과물을 다각도로 조망하는 자리로 대규모 전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압도적인 설치 작업과 ‘선’을 통해 확장되고 있는 작가의 작업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며 “공간과 선, 그리고 면에 대한 고뇌가 회화와 설치를 망라해 다채롭게 변주된 작품을 보며 작가의 작업 세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귀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남춘모 작가는 오는 5월24일 룩셈부르크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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