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란<br />대구일보 서울지사장 겸 정치에디터
▲ 이영란
대구일보 서울지사장 겸 정치에디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계에 등장할 때부터 말로 인해 큰 화제가 되었고 점차 지지를 넓혀왔다. 그의 화법이 "공격적 마초와 계산된 풍자를 똑같이 활용해 ‘우리’와 ‘그들’의 흑백 구조를 만든다”는 대한 평가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말 한 위원장이 민주당 공천에 대해 “저게 무슨 민주당인가, 이재명 대표의 이름을 넣어 ‘재명당’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는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동시에 공격하고 비하하면서 본인이 이끄는 진영에 선이 있다는 이미지를 만든다. 흔히 나타나는 양비론 혹은 적당주의, 얼버부림, 세태영합, 어정쩡함은 찾기 어렵다.

확실히 한 위원장의 화법은 그동안 봐 왔던 정치인들과 다른 점이 많다. 그는 지난해 11월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여의도에서 일하는 300명만 쓰는 고유의 어떤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문법이라기보다는 여의도 사투리 아닌가요? 저는 나머지 5천만이 쓰는 언어를 쓰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간 국무위원들이 국회 답변에서 감히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상대방 진 빼는 반문 화법’을 공격적으로 던졌다.

여의도 정치에 입문해서는 '국민'이라는 용어 대신 '동료 시민'이란 말을 즐겨 쓰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법무부 장관 이임식 직후 여당 비대위원장직 수락의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상식 있는 동료 시민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 길을 같이 만들고, 같이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공무원 시절에 자주 사용해 왔던 ‘국민’ 대신 ‘동료 시민’을 선택한 이유는 그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을 당시 나왔던 ‘정치 문외한이 어떻게 거대 여당을 이끌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 대한 답으로 ‘함께 가면 길이 된다’라고 했던 표현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올바름과 진정한 진보’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동료로 국민을 생각하고 있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정치에 입문한 지 3개월 남짓. 확실히 ‘여의도 문법’에 조금씩 익숙해 지는 듯 하지만 본인 특유의 논리에, 짤막하고 명쾌하게 생각을 얘기하는 게 기성 정치인하고 여전히 차이점을 보인다. 그런데 필자에게 어필하는 한 위원장의 가장 돋보이는 화법은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형식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언론 앞에서 그리고, 각 지역을 돌며 유권자을 향해 “사랑받고 선택받고 싶다”라고 말한다.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여는 방식으로 다가선다. 확실히 대부분의 대중은 지시나 요청을 받을 때보다 진정을 담은 맘을 볼 때 더 반응한다. 22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한 위원장의 남다른 화법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

이영란 서울지사장 겸 정치에디터 yrlee31@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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