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구 지역구 3곳에 사실상 ‘낙하산 공천’을 자행한 데에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더구나 한 후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무력화를 주장한 북한에 동조한 것으로 드러나 지역 보수 후보로 적합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국민추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대구 '북구갑'과 '동구·군위갑'에 최은석 전 CJ제일제당 대표와 우재준 변호사를 각각 공천했다.

또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어 국민의힘 공천이 취소된 대구 중남구에 김기웅 전 통일부 차관을 전략공천했다.

무려 대구에서만 생소한 인물 3명이 낙하산으로 날아든 것이다.

이들 모두 대구 시민들에게는 사실상 '듣지도 보지도' 못한 후보다. 이들 모두 대구 출신이긴 하지만 고등학교까지만 대구에서 생활했다. 김기웅 전 차관은 서울 출생이다. 성광고를 졸업했을 뿐 지역과 큰 연관이 없다.

김 전 차관은 과거 NLL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정책실장으로 근무하며 북한과의 군사회담 우리측 대표로 동행해 “NLL 평화수역을 만들자”라며 북한이 주장하는 NLL 무력화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07년 8월23일 국정브리핑 사이트에 “서해바다를 평화와 민족공동 번영의 터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NLL을 우리(남한) 측이 일방적으로 설정했다’고 주장했다.

지역에선 ‘대구는 꽂으면 된다’는 당의 구태적인 인식이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대구 정치권 관계자는 “대구에만 3명이 전략공천됐다. ‘아무나 꽂아도 된다’ 인식을 전면에 드러낸 공천”이라며 “이는 대구 시민을 무시한 낙하산 공천과 다를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김기웅 전 차관의 공천은 보수 정체성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어떤 검증을 거쳐 전략공천을 했는지 시민들에게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라며 “아무나 내리꽂아도 당선될 것이란 안일한 생각으로 검증도 거치지 않은 막무가내 공천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 예비후보자들 또한 낙하산 공천 등의 악습이 재현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 동구·군위갑에 출마했던 임재화 변호사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국민추천제라는 이름으로 동구군위갑 공천은 시민들에 대한 철저한 무시로 훼손돼 폭력적인 행태로 마무리 지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수로 뛴 예비후보 입장에서는 어안이 벙벙하다. 정당민주주의라는 가면을 쓰고 그 속에는 폭력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행태였다”며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행동을 다짐한다”고 했다.

대구 동구·군위갑 또 다른 예비후보였던 정해용 전 경제부시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주민들은 그사람이(공천 받은 사람) 누구인지, 뭘 하는사람인지, 어떤 훌륭한 일을해서 지역에 얼굴한번 비추지 않고도 자신있게 추천하는지 몹시 궁금해하고 있다”며 “중앙당 공관위는 주민에게 경영을 통해 무슨 성과를 냈고 얼마나 사회적 기여를 했기에 동구발전의 적임자라 생각하는지, 대구 동구갑과 무슨 연고를 가진 사람인지 면밀히 검토는 해봤는지 당장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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