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대사는 “공수처 대면 조사를 받고 싶다”고 소환 압박을 가했으나 공수처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수사준비가 안되어 있음을 드러냈다. 공수처는 수사 준비가 안된 상태로 이 대사를 섣불리 소환할 수도, 소환조사를 마냥 미룰 수도 없는 공수처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연합뉴스
▲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대사는 “공수처 대면 조사를 받고 싶다”고 소환 압박을 가했으나 공수처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수사준비가 안되어 있음을 드러냈다. 공수처는 수사 준비가 안된 상태로 이 대사를 섣불리 소환할 수도, 소환조사를 마냥 미룰 수도 없는 공수처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연합뉴스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총선 전 조기귀국 하면서 이른바 ‘도피 출국’ 논란의 공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 넘어갔다. 이 대사는 이날 오전 싱가포르를 경유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호주대사 부임을 위해 출국한 지 11일 만이다.

그는 "오늘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협력과 관련 주요 공관장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체류 기간 동안 공수처 조사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25일 열리는 공관장회의 이후에도 다음달 총선일을 지나서도 당분간 국내에 머문다.

이로써 공수처는 이 대사 출국 이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던 대면 조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하지만 공수처는 이 대사 입국과 관련, "현재로서는 말씀드릴 입장이 없고, 드릴 말씀도 없다"고 밝혔다.

사건 피의자인 이 대사와 대통령실이 ‘서둘러 소환 일자를 지정해 대면 조사를 하자’며 수사기관을 상대로 소환을 압박하는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앞서 이 대사는 지난 19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빨리 대면조사 일정을 잡아달라’는 취지의 조사기일지정 촉구서까지 제출했다.

이러한 이면엔 수사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로 이 대사를 섣불리 소환할 수도, 그렇다고 마냥 소환 조사를 미룰 수도 없는 ‘공수처의 딜레마’가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공수처는 지난 1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국방부 조사본부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의 포렌식 작업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한 것은 지휘부가 수시로 바뀌는 공수처 내 난맥상이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수처는 네 번째 ‘처장 직무대행 체제’를 맞았다. 지난 1월 김진욱 처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여운국 차장이 직무대행이 됐다. 이어 여 차장도 퇴임하면서 김선규 직무대행 체제가 됐다가, 김 대행이 사법문제에 휩싸여 사직서를 내면서 송창진 직무대행 체제로 바뀌었다. 그러나 김 대행은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다시 돌아와 다시 ‘자리’를 지키게 됐다. 두 달 넘게 처장·차장 지휘부의 장기 공백 상태라는 게 연간 예산 200억원 쓰는 공수처의 현주소이다.

공수처의 직무대행 체제는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는 지난달 29일 이명순·오동운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잡기 힘든 만큼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 신임 공수처장을 지명하지 않고 있다.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특히 수사기관은 최종 책임을 질 사람이 분명하지 않으면 주요 사건 수사와 의사 결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며 “공수처가 갈팡질팡 하면서 결과적으로 공수처가 총선을 앞두고 정치에 개입한 셈이 됐다”고 개탄했다.

한편 이 대사는 지난해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조사를 담당했던 해병대수사단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공수처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이 대사 임명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고,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영란 기자 yrlee31@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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