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 물 주입이 지진 촉매제’ 각계 의견 분분

발행일 2018-11-28 19:34:4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1> 지열발전소 지진유발 공방



2017년 11월, 규모 5.4의 강진이 포항을 뒤흔들었다. 꼭 1년 전의 일이다.

지진으로 인해 1천700여 명의 이재민과 3천억 원이 넘는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대학수능시험이 1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지진 원인을 놓고 자연지진인지, 지열발전소 탓인지에 대한 각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 합동조사단이 꾸려져 있지만, 조사 결과는 내년 2월께나 나올 것으로 보여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는 포항지진에 대한 학계의 유발지진 논란을 재조명하고, 지열발전소 건설 및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세계 곳곳의 유발지진 의심사례 현장을 직접 취재해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의 연관성을 심층 분석해보고자 한다.

◆지열발전소 물 주입 다음날 지진 발생

지열은 지구 내부의 뜨거운 열기로, 훌륭한 친환경 에너지다. 땅속으로 물을 넣어 다른 쪽으로 나오는 뜨거운 물과 증기를 이용하는 발전 원리도 단순하다. 하지만 지층이 안정된 국내 사정은 만만치 않다. 발전기를 가동할 정도로 뜨거운 온천수가 용출되는 지역이 없는 것이다.

지열 빈국인 우리나라는 지상으로부터 물을 주입하는 ‘인공저류지열시스템(EGS)’ 기술을 써야 한다. EGS는 시추공(주입정)을 지하 4~5㎞까지 뚫어 물을 주입해 압력을 가하면, 물이 땅속의 갈라진 틈을 따라 흘러가 160~180℃의 지열에 의해 데워진다. 이를 다른 시추공(생산정)을 뚫어 지하에서 만들어진 수증기를 회수해서 발전기를 돌리는 시스템이다.

아시아 최초 지열발전소인 포항지열발전소는 2012년 말 시추에 들어가 지하 4.3㎞까지 뚫었다. 사업에는 넥스지오, 포스코, 지질자원연구원, 건설기술원, 서울대 등이 참여했으며 총 798억 원이 투입됐다. 2016년 1차 설비가 완공되면, 시험 가동을 거쳐 2017년 12월에 4천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6.2㎿ 규모의 상업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2016년부터 시험 가동을 시작하면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을 주입할 때마다 지열발전소 주변에서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시추공에는 2016년 1월29일부터 2017년 9월18일까지 1만3천여㎥의 물이 주입됐다.

2017년 3월4일부터는 또 다른 시추공을 통해 물을 뽑아 올리기 시작해 모두 5천900여㎥의 물을 배출했다. 포항지진이 일어난 2017년 11월15일에는 물이 지하에 7천여㎥가 남아 있는 상태였다.

이 기간에 포항지열발전소에서 모두 63차례의 미소지진이 측정됐다. 이 가운데는 2.0 이상의 지진이 10회 발생했고, 규모 3.1의 비교적 큰 지진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루라도 물 주입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를 따로 구분하면 모두 12차례에 걸쳐 물 주입이 이뤄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기상청 지진 집계에 잡힌 규모 2.0 이상 4건의 지진은 모두 물 주입이 끝난 다음 날 일어났다. 지열발전소에서 물을 넣고 빼내는 과정에서 땅속에 압력이 전달돼 지진을 일으키는 응력으로 작용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기상청은 지난해 지진 당시 포항지진을 전형적인 자연지진이라고 설명하며, 양산단층 지류에 있는 장사단층 부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다. 오랫동안 응력이 축적된 단층들이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연쇄적으로 지진을 일으키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일부 학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동일본 대지진 및 경주지진과의 연관성에 대해 추가 정밀분석을 하겠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2016년 경주지진과 지난해 포항지진은 진앙을 기준으로 약 43㎞ 거리다.

◆물 주입량 적다 VS 수압 오래 영향

포항지진의 원인이 ‘자연지진’이라고 보는 학자들은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량이 작고 물 주입 시기와 지진 발생 시간차가 크다고 지적한다.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포항지진처럼 규모 5.4에 해당하는 모멘트를 양산하기 위해서는 수백만t의 물이 주입돼야 한다”면서 “포항의 경우 물 주입량이 수만t에 불과해 큰 지진을 일으켰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한반도의 지각이 확장하면서 지각이 견디는 힘의 한계가 낮아져 지진 발생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해석했다.

또 다른 학자는 지열발전소의 마지막 물 주입이 포항지진이 발생하기 두 달 전인 9월18일이었다는 점에서 물 주입에 따른 압력이 유지됐을지도 의문으로 제기한다.

민기복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스위스 바젤에서 2006년 지열발전을 추진하다 규모 2.6 지진이 발생하자 물 주입을 멈춘 뒤 5시간 만에 규모 3.4의 지진이 잇따랐다”고 전제한 뒤, “포항의 경우 물 주입이 끝난 지 두 달 만에 지진이 일어난 것도, 포항지진의 전진이 규모 2.3이었는데, 이전에 이미 규모 3.1의 지진이 났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물 주입 압력 세기, ‘암반 파쇄’ 수준

물 주입 압력의 세기가 지진의 촉매제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포항지열발전사업 주관 기관인 (주)넥스지오는 시추 과정에서 파이프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지하에서 이를 빼내기 위해 애썼지만, 성공하지 못해 결국 중국 기업인 유니온 페트로사로부터 120억 원짜리 시추기를 리스해 남은 작업을 맡겼다.

그런데 이 중국 회사의 물 주입 수압은 통상적으로 지열 발전에서 이뤄지는 단순 자극 정도가 아니었다.

중국 유니온페트로사의 홈페이지 설명은 포항에서 89메가파스칼(㎫)의 압력을 가했다고 밝히면서 ‘중국에서도 아주 드문 일’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89㎫은 880기압 정도에 달하는 고압으로, 가스 채굴 작업 등에 가해지는 수준이다.

포항지열발전소와 마찬가지로 비화산지대에 있는 프랑스 슐츠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 당시 평균 수압은 14.5㎫, 일본 오가치 지열발전소는 19~22㎫였다. 해외 지열발전소들이 가했던 수압의 4~5배로, 단순 자극이 아닌 지하 암반 파쇄 수준인 셈이다.

어떻게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넥스지오 측이 중국 회사에 시추를 맡길 때 내걸었던 조건은 60ℓ/sec의 유량으로 알려졌다. 즉, 주입공에 물을 넣어 1초에 60ℓ 가량의 수증기가 생산정으로 회수되는 걸 원한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회수 유량은 1초에 8ℓ에 불과해 목표치의 15% 수준에 머물렀다. 지하 4.3㎞까지 내려간 주입정과 생산정, 두 개의 시추공은 지상에서는 두 구멍이 5m밖에 안 떨어졌지만 지하 파이프 끝부분에선 600m가량 벌어져 있다. 수압이 강해야 그만큼 파이프에서 다른 파이프로 물이 원활히 전달될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 회사는 생산정의 회수 유량의 목표치에 턱없이 부족하게 되자 더 강한 수압으로 물을 보내 유량을 높이려 했던 것이다.

정부 포항지진 정밀조사단장인 이강근 서울대 교수(지질학회 회장)는 “지열발전에서 쓰는 수리 자극은 셰일가스 채굴 때의 수압 파쇄 방식보다는 약한 압력으로 물을 주입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포항지열발전소에서는) 보통의 서너 배 되는 센 수압으로 물을 주입한 것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발 지진으로 확인되면, 기존 EGS 방식 지열발전의 안전성을 다시 검증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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