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3루 세이프 판정. 아웃 타이밍이었지만 정작 태그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해 세이프가 선언됐다. 독자 제공.

고교야구 지역 예선에서 불거진 오심 논란이 뜻밖의 결과를 낳았다. 내년부터 경북지역 고교야구에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도입되게 된 것.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심판의 판정을 영상으로 다시 확인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절차를 말한다. 경기 중 발생하는 판정 논란을 줄이고 공정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부족한 예산이 번번히 발목을 잡았다.

경북도교육청과 경북야구소프트볼협회가 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을 결정한 건 지난 6일 포항야구장에서 벌어진 ‘제10회 전국체전 1차 예선 결승전’ 때문이다. 의성고와 경주고가 맞붙은 이날 경기는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경주고가 승리를 가져갔다.

의성고 학부모 측은 “동일한 코스의 투구라도 팀에 따라 볼·스트라이크 팀에 따라 판정이 갈렸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경기 전날인 5일 경주의 한 식당에서 경주고 관계자와 심판진의 사전 접촉이 이뤄졌다”고도 주장했다.

또 의성고 학부모 측은 “특히 10회 연장전에서 나온 경주고 주자의 3루 세이프 판정이 문제다. 이 판정 하나로 사실상 두 팀의 승패가 갈렸다”고 했다. 의성고 학부모 측은 이후 국민신문고와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청렴포털 부패공익신고에 진정을 제기하고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인 경북도교육청이나 경북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진정 내용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 전날 경주고 감독이 만난 심판은 정작 고교경기에는 배정되지 않았다는 것. 또 심판의 오심 논란에 대해서는 “볼·스트라이크 판정은 주심의 고유 권한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3루 세이프 선언은 수비수의 태그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해 심판 4명의 합의로 원심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경북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는 “최근 의성고 학부모 측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소속 심판의 배정과 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을 요구했고, 도교육청과 협회 역시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예산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심판 판정 논란을 최소화하고 선수·학부모가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경기 운영을 위해서라도 비디오 판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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