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천 경쟁 치열…민주당 가세 3파전
영천시장 선거는 무소속 현직 시장의 3선 도전과 국민의힘의 탈환 의지, 그리고 민주당의 후보 경쟁이 맞물림 상중 구도로 압축된다. 특히 무소속 시장의 3선 성공 여부는 지역 정치사에서도 전례가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 선거 관전 포인트
현 최기문 시장은 경북 최초로 무소속 재선에 성공한 데 이어 3선 도전에 나서며 현역 프리미엄과 시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전례 없는 기록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정권 교체기에 무소속 3선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영천이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임에도 무소속에게 2연패한 상황에서 반드시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가 6명에 달하면서 당내 경선부터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경선 결과에 대한 승복 여부가 국민의힘 내부 결속의 핵심 변수”라며 “경선 이후 재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다시 무소속에게 유리한 판세가 형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집권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역시 공천 경쟁이 가열되면서 3자 구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이라는 프레임만으로 판세를 읽기 어렵다”며 “무소속 현역의 강한 기반, 국민의힘 내부 경쟁, 민주당의 공세가 맞물리면서 치열한 혼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누가 뛰나
최기문 시장이 무소속 3선 도전 의지를 밝힌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가나다 순) 김병삼 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김섭 변호사, 박영환 전 경북도의원, 윤승오 경북도의원, 이춘우 경북도의원, 하기태 영천시의원 등 6명이 도전장을 준비하며 다자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최기문 시장은 최근 국회를 방문해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금호) 연장, 영천 광역환승센터 건립, 대창일반산업단지 진입도로 건설, 영천경마공원 레저세 감면, 영화지구 다목적 농촌용수개발, 국립 저수지박물관 건립 타당성조사 및 기본구상 용역 등 주요 사업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사업은 산업 경쟁력 강화, 교통 인프라 확충, 농업 기반 조성, 관광자원 개발, 미래 신산업 육성 등 영천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들”이라며 “영천의 미래를 견인할 대규모 현안사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병삼 전 청장은 영천부시장, 경북도 자치행정국장 등을 거치며 지방행정 전반에 대한 경험을 폭넓게 쌓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영천은 자동차·기계 부품 중심의 산업 구조에 머물러 신성장 산업 편입이 늦어지고 있다. 200여 개 중소기업이 존재하지만 내연기관 부품에 집중돼 있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흐름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해법은 산업 전환과 생활 기반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산업은 ‘전환’, 행정은 ‘속도’, 정주는 ‘체감’이라는 원칙 아래 균형 있는 행정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김섭 변호사는 영천시 고문변호사,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계약심의위원회 위원, 영천상공회의소 자문변호사, 공증인가 성광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등을 역임하며 지역 내 법률 전문성을 기반으로 꾸준히 무료 상담을 제공해왔다. 그는 “정치 노선 갈등으로 영천시 행정의 정책 수립과 추진이 원활하지 않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분열이 발생하면서 공무원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며 “분열된 영천을 화합시키고, 공무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행정 환경을 만들어야 정책 추진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환 전 경북도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경북도당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2022년 시장선거에서 석패한 후 설욕을 위해 꾸준히 지역을 누비며 민심을 살펴왔다. 그는 “영천 산업 기반을 신성장 산업으로 전환해야 하며, 특히 경북도 내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인식하고 바로잡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랜 정치활동으로 다져온 포용·소통·통합의 리더십과 새로운 시장 리더십을 바탕으로 영천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도의회 12대 전반기 교육위원장과 원내부대표 등을 맡은 윤승오 경북도의원은 “영천은 신성장 동력이 부족해 정체된 도시가 됐다.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소통 단절로 정부 주요 프로젝트 유치가 사실상 전무해졌고, 중앙 네트워크가 끊기면서 도약의 기회도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38년간 기업 현장에서 일하며 경제와 행정을 두루 이해하는 실무형 경제인으로 성장했다”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정체의 영천을 성장의 영천으로, 단절의 영천을 협력의 영천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춘우 경북도의원은 영천시의원 3선과 도의회 재선을 거치며 기획경제위원장, 의회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광역교통망 확충, 산업·관광 거점 육성, 주거·교육 인프라 개선을 지역 발전의 3대 축으로 보고 이를 집중 추진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의원은 “영천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인구 문제”라며 “단기적 인센티브 중심 정책보다 ‘머물고 싶은 도시·돌아오고 싶은 도시·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주환경 중심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기태 시의원은 영천시 행정자치국장으로 공직을 마친 후 시의회 의장을 지내며 행정과 의회를 모두 경험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영천 주변의 경주·포항·경산은 2차전지, SMR, ICT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도전하고, 구미는 반도체, 안동은 바이오 R&D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지방자치는 ‘오늘의 만족’이 아니라 ‘내일의 준비’다. 영천은 더 이상 외부의 바람을 기다리는 도시가 아니라 내부의 엔진을 스스로 조립해 움직이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이정훈 사단법인 기본사회 경북본부 상임대표와 정우동 민주당 경북도당 부위원장이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훈 상임대표는 전 민주당 경북도당 기획조정국장을 지냈으며, 2018년 민주당 영천시장 후보로 출마해 최기문 시장에게 패배한 이후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영천 행정은 보여주기식 행정에 머물러 있다”며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생활 중심 시정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정우동 부위원장은 전 영천경찰서장, 민주당 영천·청도 지역위원장, 한국철도공사 비상임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영진전문대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시민들과 꾸준히 만나며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웅호 기자 park8779@idaegu.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