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소화제 등 다양한 의약품 진열
동네 약국 비해 종류 많고 가격도 저렴
소비자 발길 이어지지만 오남용 우려도

일반의약품을 진열해 판매하는 ‘창고형 약국’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대구의 한 창고형 약국 매장에 소비자들이 진열된 약품을 고르고 있다. 권영진 기자

대형마트처럼 일반의약품을 진열해 판매하는 ‘창고형 약국’이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품목으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구 지역에서도 창고형 약국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25일 대구 한 창고형 약국. 입구에는 장바구니와 카트가 놓여 있었고, 약 250여 평 규모의 매장 안 진열대에는 약 3천여 종의 약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최근 문을 연 이곳 매장에는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약을 쇼핑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일반 약국보다 2~30% 저렴한 가격에 감기약, 소화제, 영양제 등 다양한 약들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일 고물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장바구니 부담이 심화된 가운데 이곳을 방문한 소비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가영(36·여)씨는 “가격이 일반 약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저렴하고, 다양한 의약품들이 찾기 쉽게 잘 구분되어 있어 원하는 약을 찾기가 쉽다”며 “구매한 상비약이 다 떨어지면 약을 구매하러 이곳을 다시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김현철(68)씨도 “약 값이 저렴하다는 소문을 듣고 왔는데 확실히 동네 약국에 비해 1.5~2배 정도 저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영업 중인 창고형 약국은 전국적으로 10여 곳에 이르며, 이 중 대구에만 3곳이 영업 중이다. 창고형 약국이 확산한 배경으로는 최근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저렴한 물건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대구지역 생활물가지수는 120.71로 전년 동월(117.84) 대비 2.4%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체감물가를 설명하기 위해 구입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한 지수다. 따라서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물가에 가깝다. 특히 보건 계열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1.1%상승했다. 이에 저렴한 가격에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는 창고형 약국으로 소비자들의 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변화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의약품 오남용·부작용으로 이어지게 하고, 동네 약국의 경영난을 불어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모(60)씨는 “창고형 약국은 대량 구매로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동네 약국은 구조적으로 경쟁이 어렵다”며 “특히 의약품을 일반 상품처럼 쉽게 살 수 있게 되면 오남용 위험이 커져 국민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향후 약국 규모, 처방전 조제 여부, 진열 및 판매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창고형 약국’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새로운 유통 형태가 제도권 안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마련키로 했다.

권영진 기자 b0127kyj@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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