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같은 글자로 나열된 계약사항
대출 심사·임대보장 필요 각종서류
어렵고 복잡한 조항 악용 근절해야

김준영 빌사부 부동산중개법인 본부장
김준영 빌사부 부동산중개법인 본부장

국토교통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임대시장에서 오피스텔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육박하고 있다. 2020년 비중이 49.1%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의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다. 아무래도 최근 2년간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다 보니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오피스텔이 있었다.

주거비 지출에 가장 부담을 느끼는 2030세대를 기점으로 오피스텔의 수요가 꾸준히 상승하였고, 이로 인해 수익률도 함께 늘어났다. 여기에 공사비 인상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위기를 맞으며 공급량도 줄었으니 그야말로 특수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올초 2025년까지 준공되는 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 이하의 오피스텔(전용 60㎡ 이하)에 대해 취득세, 양도세, 종합부동산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보도자료가 나오기 바쁘게 1군 건설사들의 오피스텔 인허가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오늘은 앞으로 분양시장에 쏟아질 오피스텔을 두고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가장 현혹되기 쉬운 대표적인 케이스로 ‘확정 임대방식’을 들 수 있다. 말 그대로 준공과 동시에 일정기간의 임대료를 시행사 측에서 보장하겠다는 것인데, 이 같은 내용을 특장점으로 내세워 대대적인 분양광고를 하면서 투자를 부추긴다. 하지만 막상 준공시점이 되면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고 방관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결국 책임지지도 못할 관행을 일삼는 바람에 수분양자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 이 경우 법원에 소를 제기해도 매매계약의 취소를 잘 인정해 주질 않는다. 시행사 측은 “임대관리회사와 위탁계약이 취소되어 임대를 보장할 수 없다”, “분양계약서에 이러한 내용이 기재된 바가 없으니 우리에게 책임을 묻지 마라”며 책임을 회피한다.

법원도 광고의 내용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춰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정도로 왜곡된 점이 인정되었을 때에 한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지만, 민법상 기망행위가 입증되지 않는 한 사기죄를 들어 계약을 취소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확정임대방식과 같은 허위광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출 심사서류나 임대보장에 필요한 각종 증서 발행 등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계약조항을 악용하는 영업방식을 근절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분양계약서에 깨알같이 적어 놓은 글자 크기부터 바꿔야 한다. 도대체 보이지도 않게 만들어 놓고, 무슨 중요사항을 고지한다는 건지.

바야흐로 부동산계약서도 정부에서 권고하는 표준계약서가 나오는 시대이니 만큼, 민간에서 주도하는 분양계약서도 소비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제도적인 안정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특히나 개인의 재산권이 달려 있는 부동산계약행위에 관해서는 더욱이 신중을 다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

김준영 빌사부 부동산중개법인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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