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영남대학교 명예교수)

김정숙(영남대학교 명예교수)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구성원의 과반수가 찬성한다고 들린다. ‘TK 통합 지지’를 공식 선언하는 기관이나 단체들도 나타난다. 또한 14일 개통될 대경선으로 대구·영천·경산·김천·구미·청도·고령·성주·칠곡을 아우르는 공동생활권이 형성되고 대중교통도 환승이 된단다. 적지 않은 이들이 행정통합의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과연, 좋은 시스템과 덜 좋은 시스템을 가진 서로 다른 지자체들이 만나면 행정방침은 어느 쪽으로 갈까?

얼마 전 길에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얼굴을 다쳤다. 응급실에 가서 입술을 꿰매고, 이곳저곳 붕대를 붙이고 소란을 떨었다. 이 ‘사고’ 소식을 들은 한 동료가 각 지방자치단체는 상해보험을 들고 있으니 신고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 사고에 대비해서 보험을 들어두는 것이 생각났다. 가능해 보였다.

어느 정도 치료가 끝난 다음에 사진과 진료기록을 챙겨서 시청에 전화했다. 상해 보상에 대해 어느 곳에 문의해야 할지 몰라 시청 대표전화를 통해 안내인에게 사연을 설명하고, 담당부서를 연결해 달라고 했다. 행정안전부라는 곳이 나왔다. 그런데, 전화받은 공무원은, “우리 시에서는 사망하거나 장애가 된 사람만 보상한다.”고 답했다. 이웃한 지자체 간에 차이가 많이 나는 것에 놀랐다.(나중에 보니 이곳은 내가 문의한 사항의 담당이 아니었다.)

내친 김에 평소 궁금해하던 내용, “이웃한 지역에서는 독거노인을 조사해서, 비상연락을 할 수 있는 전화기를 지급하던데, 우리 시에서는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은 모르니, 지금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의 어느 부서 일인지를 확인해서, 우리 시의 같은 부서에 문의해 보라고 했다. 어이없는 답을 들으면서 복지과에서 다룰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복지과 연결을 부탁했다. 복지과 공무원에게 처음부터 다시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공무원은 ‘어르신 복지과’에서 담당하는 일인데, 연락처를 남겨놓으면 연락하겠다고 했다.

이후, 시에서 내게 전화를 한 공무원은 두 가지 질의를 다 들은 것 같다. 첫째 길에서 낙상사고를 당한 일은, 시의 재정이 좋지 않아서 자전거 도로만 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인도에서 낙상한 경우는 보상을 받을 수가 없다고 했다. 방법은 국가가 들고 있는 상해보험 중에 구조물 설치 잘못으로 인한 사고로 보상받는 방법인데, 그것은 절차가 복잡하다고 했다. 내가 걸려 넘어진 곳은 다리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돋우어 놓은 시설이기 때문에 잘못된 구조물은 아닌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나는 사람들이 주의할 수 있도록 표시판을 하나 세워두면 좋겠다고 하고 접었다.

독거노인의 문제는 우리 시에서도 독거노인을 조사해서 비상망을 펴는데, 시의 재정이 넉넉지 않아 장애가 있거나 기초수급 대상자부터 혜택을 주기 때문에 내 경우는 차례가 안 가는가 보다고 했다. 이해할 수 있다고 하고, 한가지 의견을 제시하고 전화를 마쳤다. 사람이 다친 다음에 치료하는 문제라면, 자기 돈으로 치료할 수 있는 사람보다는 스스로의 재력으로 치료하기 힘든 사람을 먼저 돕는 것이 옳다. 그러나 혼자 살면서 갑자기 쓰러지는 위급한 상황은 돈의 유무나 장애의 유무와는 관계가 없다. 발생 빈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위급한 순간에 목숨을 잃을 때는 똑같이 위험하다는 점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버스로 수시로 넘나드는 행정단위의 선 하나 사이의 복지혜택이 크게 차이가 나니, 혜택을 알아보고 자신에게 맞는 시나 군을 골라서 살아야 하는가 보다. 지자체가 가난하면 혜택을 덜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필수적인 곳을 챙기는 계산이 더 세심해야 탁상공론과 획일적 행정에서 벗어날 것이다. 나아가 공무원도 자기 직장의 다른 부서들이 하는 일을 대략 알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인다. 지자체가 행정통합이 되면 복지는 어느 쪽으로 가게 될까? 이 어수선한 정국 속에서 누군가는 정신을 차리고 있어 작은 제도도 챙기겠지?

김정숙(영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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