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몰려있고, 지하철이 있는 청년도시 경산에 젊은이들을 위한 꿈의 집과 공간을 제공하자
김정숙 영남대 명예교수
우리 젊은이들이 지난달 2월 7일부터 14일까지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훨훨 날아올랐다. 대륙별 스포츠대회 중 유일한 동계대회인 이 대회는 1986년부터 시작하여 4년마다 열리는데, 올해가 9회째이다. 대회는 1999년 한국, 2011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것을 제외하고는 중국과 일본에서 번갈아 개최하고 있는 실정인데, 흥미롭게도 개최국인 중국이나 일본이 번갈아 1위를 하고 한국은 3위를 차지했었다. 그러다가 한국은 개최국일 때와 지난 2017년 삿뽀로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34개국 1295명의 선수가 참가했는데, 우리는 148명이 참가해 총 45개의 메달(금16·은15·동14)을 획득하고 2위를 지켜냈다.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면서, 또 인터뷰하면서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새기는 모습도 대견했다.
올해는 코로나 관계로 8년 만에 열린 대회였다. 젊은 선수들에게 8년은 엄청 긴 세월이니만큼 점수보다 더 다가오는 사연들이 쏟아졌다. ‘영미야’로 국내에 친숙해진 여자 컬링은 ‘10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땄다. 또 한국 선수들이 강한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휴식으로 충전한 힘을 과감하게 발휘한 최민정, 스피드 스케이팅 깜짝 스타 이나현, 남자 빙속의 역대 한국 선수 동계아시안게임 최다 메달리스트로 등극한 37세 이승훈, 이상화의 주니어 세계신기록을 뛰어넘었으면서도 국제대회 메달이 없던 김민선의 금메달 등 극적인 ‘염원의 꽃’을 피웠다. 또한 2016년에 귀화한 한국 선수 예카테리나 압바꾸모바 선수가 바이애슬론 금메달로 우리 사회의 다양함을 드러냈다.
물론, 젊은이들의 각고의 노력과 열매는 자기 영광에 그치지 않고 다른 이들의 성장점도 자극한다. 피겨 스케이팅에서 역대 최초로 남녀 싱글 동반 우승을 한 차준환과 김채연은 김연아가 개척한 세계를 향해 돌진한 ‘김연아 키즈’들이다. 김연아는 변방에 있던 한국 피겨를 세계가 주목하게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대회를 유치함으로써 젊은이들에게 새 세계를 열어주는 경우도 많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시작된 프리스타일 스키에서는 남자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이승훈이 한국 첫 금메달을 기록했다. 또 4바퀴 반 회전을 장착한다는 스노보드의 이채운도 늠름하다. 그는 슬로프스타일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본인 주종목인 하프파이프는 강풍으로 결승이 취소되는 바람에 시상권 밖에 머물렀다. 젊은 나이로 몇 년씩이나 준비하는 기회가 좌절되었는데도, 김건희가 1등을 하게 되어 팀으로서 기쁘다고 말하는 패기가 있다.
젊은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서로 자극을 받으면서 생활한다면, 이런 성장은 배가 될 것이다. 그들이 마음껏 토론하고, 활보할 수 있는 공간은 기름진 밭이 된다. 파리 시내 남단에 국제 대학생 기숙사촌(Cité université internationale)이 있다. 이 기숙사촌은 파리의 옛 요새 자리에 학생들의 생활을 돕고 국제화를 도모하기 위해 지어졌는데, 넓이가 국제 규격 축구장 57배다. 1922년 첫 건물이 들어선 이후 해당 국가의 협조로 건설되어 각국의 고유한 양식을 지닌 약 40개국 기숙사가 지어졌다. 각 기숙사는 자국 학생을 50%, 나머지 50%는 다른 나라 학생을 받는다. 이곳에는 약 130개국 5천5백여 명이 모여있다. 그야말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현장이다. 연일 초대와 모임, 아르바이트를 공고하는 쪽지글이 나붙고 공연과 영화, 음악회, 전시회가 열린다. 건물 앞에서는 국내외 온갖 이슈에 대한 토론이 열린다. 이런 곳에서 학생들은 세계를 가깝게 접하고, 또 자국의 문화와 위치를 제3자의 눈으로 진단하게 된다. 국제적 우정을 쌓는 것은 ‘덤’이다. 이제 다문화국에 접어든 우리도 이런 장소를 지하철이 통하며 대학이 몰려 있는 경북 경산에 하나 만든다면, 담대한 창조 에너지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젊은이 성장의 둥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