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한남동 관저로 돌아갔다. 5일 후, 감사원장,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사 3명이 탄핵심판에서 전원 기각되어 직무에 복귀하였다. 아직 대통령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가 남아있지만 100여 일 간의 혼란도 일단락되리라 보인다. 이번 일을 겪으며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첫째,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데 대통령과 행정부를 꼼짝 못 하게 만든 입법부야말로 제왕처럼 보였다. 더구나 국회의원은 유명무실한 국민소환제 밖에 제재 수단이 없어 다수의 힘자랑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무력감도 맛보았다. 그간 독립적이라 여겨왔던 사법부조차 정치와 이념에 기울어진 듯하다. 재판 기일을 규정도 무시하며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제멋대로 하고, 구속 심사도 이곳은 어렵고 저곳에는 쉽다는 것도 알았다. 그 배경에 법관들의 이념 편향성과 허울 좋은 연구모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둘째, 헌법기관의 도덕성이 너무 낮았다. 우리나라 ‘최고 헌법기관’은 국회, 대통령, 국무총리, 행정각부,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7곳이다. 최고 기관인 헌재는 지방 공기업의 징계위원회에서도 자신이 관련되면 참여치 않는 제척사유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선관위는 전임 사무총·차장 자녀 부정 채용에서 보여준 종합 비리 세트를 비롯해 잘못된 점을 즉시 개선하겠다고 공언하고서도 그냥 뭉갰다가 감사원 조사로 드러났다. 또 선관위원장을 법관이 맡는 것도 자구책이 되는 줄도 알았다. 이러니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며 국민이 못 믿겠다는 거다.

셋째, 대통령제 개헌만이 능사가 아니다. 내각책임제는 수상을 국민 직선이 아닌 제1당 당원들이 뽑는다. 우리는 1987년 대통령 간접 선거가 싫어 민주화 운동을 거치며 어렵게 직선제로 바꾼 경험이 있다. 또 제2공화국 내각제 때 국정 혼란이 심했다. 한편 영국, 일본처럼 오랜 경험의 수상이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도 하지만, 수시로 정권이 교체되어 혼란에 빠질 우려도 있다. 또 이원집정제를 하는 독일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고, 총리가 국정을 모두 책임진다. 그런데 대통령의 권한 집중이 개헌의 원인이었는데, 야당 대표의 독주를 보면 제도의 문제가 아님을 알았다. 지금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 중국의 지도자를 봐도 핵심은 대화와 협력임을 깨달았다.

환자가 석 달 남짓 입원했다가 퇴원하면 먼저 몸을 추스르고, 다시 재발치 않도록 조심하며 돌보지 못했던 곳도 살피고, 약해진 부위는 보강하게 된다. 나랏일도 마찬가지다. 먼저 헌재는 그간 간과했던 절차나 미흡한 증거는 버리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판결해야 한다. 어떤 선고가 나더라도 모두 깨끗이 받아들이자. 곧바로 지도자들은 갈기갈기 찢긴 국민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나눠진 양쪽을 보듬어 달래주자. 그리고 미뤄왔던 미국과의 협상도 서두르고, 기술 경쟁을 위한 규제 완화 등도 차근차근 헤쳐 나가자. 또 이번에 드러난 부실한 법과 규정도 보완토록 하자. 한동안 쉬었으니 다시 일어나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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